[천자춘추] 반려동물과 통계

오디세우스를 처음 알아본 건 아르고스였다. 늙은 사냥개는 주인을 보곤 꼬리 치며 두 귀를 내렸다. 다가올 힘도 없는 자신의 개를 본 오디세우스는 눈물을 닦았고 20년 동안 집을 지키던 충실한 동반자는 그제야 눈을 감았다. 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서사와 예술품 속에서 개는 인간과 함께했다.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이다.

인간이 사냥하고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짓는 동안 개는 닭과 소와 함께 몇천 년 동안 인류에 봉사했다. 이 시기의 개는 가축에 가까웠다. 인간과 개의 감정적 유대가 사회적으로 드러난 것은 근대사회에 들어서면서다.

19세기 유럽에서는 가축이 아닌 감정의 동반자로서의 개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고 1876년에는 처음으로 동물 학대방지법이 영국에서 제정되었다. 이후 유럽에서는 동물보호 운동과 생체실험 반대 운동이 본격화됐고 반려동물도 지속해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동물의 생명보호와 안정 보장 및 복지 증진을 위해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고,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의 개념을 정착시켰다.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가구는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은 전체 가구의 약 67%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23.7%가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19년까지 고양이나 다른 반려동물을 제외한 등록된 반려견만 총 209여만 마리이다. 관련 산업도 성장해서 2019년 대략 3조 원 규모의 반려동물 관련시장은 2027년 6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의 선택이 인간 이외의 종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준다는 한 철학자의 지적처럼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반려동물을 받아들이려면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은 현재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관련 정책 수립과 연구를 위해서 10월15일부터 실시하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 가구항목에 반려동물 문항을 추가했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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