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소낙비

여름 한낮

등목할 때 아프도록 밀고 또 밀던 손

여린 꽃잎 연녹색 잎새

간지럼 참아내며 실눈 뜬 채로 씻기다

씻기는 시간은 아프지만

눈 떠보면 새로운 저 파란 꽃잎들

빗물 털어내며 윤슬 되어 춤추다

그저 다 예뻐

산봉우리 바위도 솔잎 가시덤불 풀꽃도

들에 황소 염소도 씻겨주고 씻겨준 뒤

바람처럼 지나가다

떠난 그 자리

추녀 끝에 발 도장 찍고 간

쪽빛 하늘엔 새햇살 눈부시다.

조영희

수원 문인협회‚ 문학과 비평 회원.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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