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경기도민의 뜻이 경기일보의 길입니다

- ‘세종특별시’ 반대 53%에 붙여 - 
경기일보 32년의 축복된 짐
道民의 뜻이 곧 論說의 방향
‘수도 이전 반대’도 받들어야

경기일보 창간 32주년이다. 1988년 8월 8일 이후 오늘이다. 언론 자유의 시작이었다. 경기도민의 언론이기를 약속했다. 지방 자치도 그즈음 시작됐다. 예속(隷屬)에서의 탈피였다. 그 벅찬 도민의 감동도 담아냈다. 때로는 압제(壓制)도 있었다. 정화(淨化)의 탈을 쓴 탄압이었다. 그때마다 맞서 싸웠고 결국 극복했다. 이렇게 온 서른두 해다. 경기도민을 위한 32년이었고, 경기도민에 의한 32년이었다.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기자 생활도 얼추 30년이다. 주필(主筆)에 있는 지금이 무겁다. 짧은 능력이 부끄럽다. 부족한 자격이 민망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현재다. 논설실의 역사가 각별한 경기일보다. 전임(前任)이 물려준 축복이 크다. 고(故) 임양은 주필은 오로지 글만 봤다. 흔들리지 않는 이념을 추구했다. 온갖 협박이 몰려들기도 했다. 그래도 타협하지 않았다. 이제 유언으로 기억되는 그의 말이다. “죽으면 무(無)야. 무서우면 아무것도 못 쓰지.”

임 주필이 곱게 보지 않았던 책이 있다. 러시아 혁명가의 자서전이다. 세계를 움직인 논평가의 기록이다. 신문 ‘이스크라’에서 펼쳐졌다. 편집위원 7명의 투쟁이 담겨 있다. 레닌도 거기 있었다. 이들의 논평은 곧 혁명의 지침이었다. 이제 100년도 넘은 과거다. 그 책을 10년 넘게 책상에 두고 있다. 읽지 않고 시작한 하루가 기억에 많지 않다. 한 줄이라도 읽어야 강해질 수 있다. ‘세계는 아니지만, 경기도는 안고 가야겠다.’

창간 32년, 행정수도 이전을 꺼내 본다. 본질은 ‘세종특별시 건설’이다. 국회, 사법부 다 빼간다. 방송국·서울대학교도 얘기된다. 화룡점정으로 청와대 이전이 있다. 노무현 정신의 완성이라고 한다. 20년 전 그가 시작한 국토균형발전론이다. 헌법재판소의 불가 결정으로 중단됐다. 그 과거를 현재로 끌고 나왔다. 부동산 대책이라는 명분까지 얹었다.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서란다. 거대 권력이 결심했으니 거칠 게 없다.

위헌 결정문쯤은 안중에서 사라졌다. “개헌 때 ‘수도 세종’ 문구 넣으면 된다”(이해찬 대표). “국회 분원, 운영위 여야 합의하면 가능하다”(김태년). 실제 행동도 시작됐다. 세종의사당 설계가 재검토될 듯하다. 규모를 분원에서 본회로 키우는 작업이다. 전담 조직도 뛰고 있다. 민주당 내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다. 말하길, ‘여론이 원하고 있다’고 한다. “2004년에는 반대가 높았지만, (지금은) 다수가 찬성한다”고도 한다.

176석으로 밀어붙여도 될 거다. 그래도 막을 재간은 없다. 권력이 통치 행위라 규정해도 될 거다. 역시 막기 어렵다. 그런데 굳이 여론을 얘기한다. ‘국민 지지’를 업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막상 확인해보니 안 그랬다. 설문의 49%가 반대했다. ‘현재 서울 존치’를 원했다. ‘세종특별시 건설’을 찬성한 답은 42%뿐이다. 한국 갤럽이 전국 성인남녀를 조사해 나온 결과다. 민주당이 말한 민심은 뭘까. 다른 통계라도 있는 걸까.

서울은 61%가 반대했다. 이걸 두고 또 몰고 간다. ‘반대는 서울 기득권층이다.’ 지방의 박탈감을 자극하는 논리다. 그래서 지방을 봤다. 대구·경북(TK)도 반대가 높다. 반대 52%ㆍ찬성 38%다. 부산·경남(PK)도 반대가 높다. 반대 49%ㆍ찬성 39%다. 충청권을 뺀 지방에서 찬성이 높은 곳은 호남이 유일하다. 찬성 67%ㆍ반대 21%다. 서울 기득권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충청ㆍ호남을 뺀 모든 지방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순회 설명회도 할 기세다. 지금이 그럴 땔까. 경제는 코로나19로 난장판이 됐다. 수출이 막혔고, 내수가 멈췄다. 취업문이 닫혔고, 실직자가 늘었다. 이런 마당에 전국을 돌겠다는 거다. ‘세종특별시’ 깃발을 흔들겠다는 거다. 먹혀들 거라고 보나. 내용도 20년 전의 그것과는 달라졌다. 그때는 국부(國富)의 분산이었다. 골고루 나눠줄 공기업ㆍ공기관들이 있었다. 이번엔 없다. 오로지 ‘세종특별시’에만 몰아주는 작업이다.

영남ㆍ강원이 왜 찬성해줘야 하나. 여론조사 속에 그 증명이 있다. 2003년 12월 실시한 수도이전 조사다. 역시 한국갤럽이 했다. 찬성 44%ㆍ반대 43%다. 찬성이 많았다. 2003년 수도 이전에는 다수가 찬성했지만, 2020년 ‘세종특별시’ 추진에는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정치도, 권력도 모르지 않을 거다. 그런데도 몬다. 세종 이전은 선(善), 서울 존치는 악(惡)이라고 몬다. 세종은 품격 있고, 서울은 천박하다고 몬다.

32년을 쌓아온 경기일보 지면이다. 그 중 20년을 이어져 온 화두다. 경기일보는 그때마다 반대했다. 경기도민의 뜻이어서다. 오늘 결론도 마찬가지다. 경기ㆍ인천 지역민의 준엄한 명령을 확인했다. 세종특별시 반대 53%! 찬성 38%! 이 뜻만 받들려 한다. 100년 전 ‘그 혁명가’가 스탈린을 공격했다. 마지막 펜을 놓는 순간까지 그랬다. 그리고 살해됐다. 피켈-등산용 도끼-에 맞아 숨졌다. 자서전에 이런 소회가 남아있다.

“나는 써야 할 글을 쓰지 못한 적은 있다. 하지만, 쓰지 말아야 할 글을 쓴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소회를 100년 뒤로 끌어와 본다. “세종특별시 반대는 써야 할 글이다. 세종특별시 찬성은 쓰지 말아야 할 글이다. 도민 품에서 커온 경기 언론인에게는….”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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