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한국판 뉴딜정책 등을 추진하며 3차에 걸친 추경 편성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뿐만 아니라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과 무제한 RP매입을 통해 달러 및 원화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확대하고 비은행 금융기관과 회사채·CP 매입기구에 대한 대출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전례 없는 조치들을 단행했다.
이와 같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은 과도한 실물경제 위축과 시장 불안심리 확대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동시에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중앙은행의 재무위험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1~6월 중 정부의 총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20조1천억원 감소한 반면 총지출은 31조4천억원 증가함에 따라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10조5천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중앙정부 채무는 전년 말 대비 65조1천억원 증가했다. 향후 3차 추경 집행으로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반면 기업실적 악화로 법인세 등 국세 수입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정 적자는 심화되고 국가채무는 더욱 확대돼 2020년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5%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Fitch’는 올해 2월 우리나라 정부가 단기 재정확대를 위한 재정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하는 한편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확장 재정에 따른 생산성·성장률 제고 여부에 따라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 하방압력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저출산·고령화 진전으로 복지관련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성·성장률 제고가 담보되지 않은 무절제한 재정지출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한편 한국은행은 위기 대응과정에서 보유 위험자산의 증가로 재무위험이 확대됐으며 거래기관 혹은 담보증권의 신용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손실을 회피(bad gain)하기 위해 위기 대처에 소극적이기보다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실을 감수(good loss)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인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야기하는 등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책 결정을 제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거친 비바람을 맞고 있는 가계와 기업에게 정부와 중앙은행이 든든한 우산이 돼줘야 할 시기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통제하기 위한 재정준칙과 중앙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재무위험 수준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우산을 치워서는 안 되겠지만 향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금융안정을 지키려면 정부의 재정건전성과 중앙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박성경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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