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궁평리 해넘이

구름 가슴팍에 묻었던 얼굴

상기되어 내민다

오래오래 익힌 사랑

마지막 붓놀림으로 하늘을 덧칠하며

살랑이는 파도 끝을 붉게 스치는데

쬐끄만 돌 섬 위에 옹기종기 앉은 물새

발목으로 차오른 물에 놀라

허공으로 숨어 버렸다

홍시빛으로 차올라도 모자란 사랑

바다 깊숙이 조금씩 제 몸 감추고

그리움 만들어

파도로

파도로

밀어낸다

흩어진 머리칼 쓸어 올리던 노부부

어스름한 모래길을 천천히 넘어간다

 

 

▲ 양미자

양미자

충남 논산 출생. <문학시대> 로 등단.

대명중학교 교사 역임.

문파문학회 · 동남문학회 ·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집 <어제와 오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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