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원, 주지 말거나 줄였어야…9월도 재난의 끝이라 장담 못해, ‘채무 대통령’으로 내모는 정치권
대개 정치인이 비슷하다. 당대(當代)를 난세(亂世)라 칭한다. 돌아보면 버틸만한 치세(治世)였는데…. 최소한 최악의 위기는 아니었는데…. 난세라고 떠들고 시국이라 우긴다. 뻔한 셈법이 있다. 이래야 자기 정치가 튄다. 난세를 극복한 정치인이 된다. ‘보릿고개 위기’로 해먹던 남쪽이 그랬다. ‘고난의 행군 위기’로 해먹고 있는 북쪽이 그렇다. 그 결과가 남과 북에 다 있다. 정치 왜곡과 경제 파탄, 그리고 진짜 난세다.
3월에 모두가 했던 말이 있다. 코로나19가 최악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곳간을 바닥내기 시작했다. 지방이 먼저 돈을 풀었다. 넉넉한 시군은 30만~40만원씩 썼다. 돈 없는 옆 시군도 안 주고 못 배겼다. 10만~20만원이라도 줘야 했다. ‘너는?’이란 눈총이 정부를 향했다. 가구당 40만~80만원(지방 분담금 포함)씩 줬다. 시군은 예산 돌려막기로 마련했다. 정부는 국채 발행까지 동원했다. 최악이라고 하니 박박 긁은 돈이다.
8월 이후 모두가 말하기 시작한다. 더 심각한 코로나19 위기라고 한다. 다시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온다. 1차 때처럼 주면 14조3천억원이 필요하다. 소득 하위 70%로 잘라 줘도 9조7천억원이다. 더 후한 의견도 있다. 국민 1인당 20만원씩 주자고 한다. 10조원이다. 30만원씩이면 15조원이다. 지방 곳간은 1차 때 이미 끝을 봤다. 이제 국가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 돈 없기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빚을 끌어다 쓰자는 거다.
3월에 이런 말들을 했다. “이런 때 안 쓰면 언제 쓰나.” ‘최대 위기’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대여섯 달 지났다. 격리 치료 환자의 76.7%가 수도권이다(8월 30일 0시 현재). 위중ㆍ중증 환자가 104명이다(9월 1일 0시 현재). 3월 최고점이던 93명을 넘었다. 경기도에 중환자 병상은 동났다. 감염 경로 모르는 깜깜이 환자가 24.3%다. 3월은 고점(高點)이 아니었다. 15조원을 푼 건 잘못이었다. 주더라도 아꼈어야 했다.
한가롭게 재정건전성 따위를 논하는 게 아니다. 한 가지만 고민하고 가려는 것이다. ‘몰빵’(沒放)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언제인가? 그 돈은 어디부터 써야 하나? 상식과 원칙으로 보면 편하다. 몰빵은 필요하다. 곳간이 비었으니 어쩔 수 없다. 몰빵 시기는 신중해야 한다. 3월도 아니었지만 9월이란 장담도 없다. 몰빵해서 쓸 곳은 ‘급한 곳’이다. 3월과 다르다. 피해 집단, 피해 정도, 분노 크기가 달라졌다.
3월 위기 땐 이랬다. 식당 문 닫으라면 닫았다. 예배하지 말라면 안 했다. 9월 위기 땐 이렇다. 차라리 폐업하겠다고 한다. 종교 탄압하는 것이냐고 한다. 적극적인 항변도 나온다. 행정명령의 손실 보상을 말한다. 집단 소송으로 권리를 찾겠다고 한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행정명령엔 책임이 따른다. 식당, 교회, 카페, 노래방, PC방, 헬스클럽, 당구장, 학원…. 보상을 기다리고 있다. 몰빵한 돈을 우선 써야 할 곳이다.
빚 물려받고 좋다 할 후대는 없다. 남긴 빚은 곧 정권 성적표다. 김영삼 정부는 곳간을 비웠다. 실패한 정부로 남았다. 김대중 정부는 900억 달러를 채웠다. 위기 극복 정부로 남았다. 노무현 정부는 2천600억 달러로 늘렸다. 진보의 상징 정부로 남았다. 이제 문재인 정부도 2년여 남았다. 곧 곳간 열쇠를 내줘야 한다. 거기에 1천조 빚이 남을 듯하다. 이것만으로도 낙제할 위기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빚 더 쓰자고 난리들이다.
성공한 대통령 만든다더니, 빚쟁이 대통령 만들고 있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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