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귀 명창’을 살려내자

‘미스터 트롯’이 가요계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공연의 측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함성을 지르지 못하게 하고 떼 창은 금지된다.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거리 두기로 관객들은 반으로 줄고 팬들은 단순 박수기로만 존재하게 된다. 사전 방역 조치 비용이 증가하여 기획사에는 수입이 줄고 트로트 가수들 공연 수입도 따라서 줄게 된다. 이는 트로트 인재들에게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극복하는 노력으로 BTS는 대형 극장에서 대면과 비 대면 관람자를 구분하여 관람료에 차이를 두면서 12만5천명을 동원해 2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다. 하지만 이런 공연 실황 방송은 임장감이 부족하고 광 팬이 내지르는 소리는 효과음으로 처리하여 실재감이 떨어진다. 그나마 코로나 상황에서는 이런 혼성 편성마저 무기한 연기상태다. 트로트가 종래 노장층의 전유물에서 혁신적 탈피를 통해 청소년층으로 확산되어 전 국민적 가요로 확산된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소리공연에서는 고수와 명창이 주도하지만 제3의 귀 명창이 존재한다. 고수는 지휘와 박자로 공연을 주도해 첫째로 친다. 창자는 소리에 발림과 너스레를 더해 온몸으로 연기하지만 둘째 서열이다. 귀 명창은 제3의 공연자로 뒷소리와 뒷 발림을 추임새로 화답하는 존재이다. 이에 비해 서양공연에서는 귀 명창의 존재는 무시되고 오히려 잡음으로 간주한다. 공연 때 숨을 죽이며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실황 방송에서는 환호성은 환청으로 처리하는데 이런 처지에서 결코 귀 명창의 대우일 수는 없다. 귀 명창은 우리 소리문화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201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말하는 이와 듣는 이는 서로 공조하면서 뇌파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가수와 팬 사이에 팬심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뇌파 공조의 결과일 것이다. 이어서 뇌파 언어를 음성언어로 바꾸어 주는 방법도 개발됐는데 이는 원방 감응이 스마트폰으로 소통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코로나 사태로 공연상황도 많은 변혁이 왔지만, 우리의 소리문화 전통과 첨단기술이 만나면 해법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진용옥 경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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