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지도·유증상자 선별 등 코로나 이후 숨가쁜 시간, ‘학교방역 사령관’ 전문성 발휘… 감염병 대응 매뉴얼 제공
에서 코로나 극복과 조기 종식 응원 메시지를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에는 2천500여명의 보건교사들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
“어서 와, 마스크 코까지 덮어야지.”
“마스크가 너의 얼굴보다 크네. 얼굴에 맞는 것을 써야지 안전해.”
“마스크 착용 안 했네. 이걸로 사용하고, 내일은 꼭 쓰고 와야 한다.”
“어, 땀을 많이 흘리네, 저기에 잠시 앉아 쉬다 들어 가자.”
초등학교 보건교사인 나의 아침 풍경이다. 아니 코로나19 이후 매일 반복되고 있는 전쟁같은 아침맞이 모습이다.
나는 보건교사다. 그리고 학교에서 유일한 의료인이자, 학교방역의 사령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보건교사라고 하면 ‘꿀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편견은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상처가 되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의미를 잃기도 한다.
보건교사는 감염병으로부터 학교와 학생을 지키기 위해 아파서도 안 되고 아프더라도 아픈 티를 내서도 안 된다. 특히 바이러스와 살고 있는 요즘같은 때는 더 강해야 한다.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코로나19로 2020년 학교에서는 질병관리본부와 교육부가 제시하는 완벽하고 안전한 학교 방역 환경을 마련하고자 모든 교직원들이 힘을 모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지도, 유증상자 선별을 위한 조를 편성해 교문부터 교장 선생님 이하 모든 교사와 교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침맞이 방역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 육체적인 소모뿐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큰 보건선생님이 쓰러지면 안 되니 짧은 방학 동안이나마 보건선생님은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겨울방학까지 버티실 수가 있습니다.”
여름방학을 하루 앞둔 어느날 교장, 교감선생님의 당부의 말이다. 이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아침맞이가 끝나면 시원한 얼음 커피를 살짝 놓고 가는 직원들의 배려 속에서 학교 유일한 의료인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또 현재 상황이 매우 힘든 시기이지만 내가 의료인으로서, 교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니 참 숨가쁜 시간들이었다. 코로나19로 국가 감염병 위기 심각 단계였던 2월, 학생들이 등교하는 그날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감염병 대응 체계를 만들고, 코로나19 매뉴얼 및 지침이 변경될 때마다 교내대응 매뉴얼을 변경해 전 교직원 비대면 연수를 진행했다.
코로나 발생 시 다양한 상황을 대비해 자체 감염병 모의훈련을 2회 실시하고, 교육청 주관 연수도 모든 교직원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진행하며 불안해 하는 학부모님들에게 학교의 방역 시스템과 환경을 안내했다. 또 코로나 예방을 위한 개인위생수칙, 온라인 자료제공, 학생나이스 자가검진, 학교에서의 유증상자 즉시 귀가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등 학교 실정에 맞는 안내문을 수시로 발송해 교육 방역으로 감염병 예방에 초점을 맞춘 1학기 등교수업을 안전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다양한 그룹의 보건교사 SNS 대화방에서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상호 질문을 통해 소통하고, 일반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질문을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지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반의 엄마 직장에 확진자가 발생해 전체 직원이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지 물어보시는데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자가격리 학생 매일 건강을 파악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양식이 어디 있지요?”, “해열제 먹고 학생이 나온다는데 어떡하지요?”, “우리 반의 아이가 오늘 음성으로 나왔는데 등교수업일에 나온다고 해 걱정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등 코로나19 관련으로 우리 학교 교직원들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는 오늘도 학교 감염병 전문가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학기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대한 준비와 긴장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서울과 수도권에 폭발적인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안내 문자가 하루에도 몇 통씩 오는 상황에서 이제는 학생들의 등교수업 자체가 어렵게 됐다.
우리 학교는 이번주 등교수업에서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교직원들에게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자가 건강 체크하고 이상이 있으면 복무담당자에게 전하고 선별진료소 가시기 바랍니다. 원격으로 학생 나이스 자가검진 파악해 전화 상담을 해 주시고 코로나 관련 특이사항 발생 즉시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라고 연락을 했다.
보건교육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귀가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니 오후 6시30분. 지금도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동료 보건교사들을 생각해 본다.
모두가 지치지 않게, 학교 안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역할분담을 통한 협력 체제로 코로나19 대응을 하기를 바란다. 학교의 유일한 의료인인 보건교사로, 학교 감염병 컨트롤타워로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응하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끝까지 힘내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보건실의 문을 닫는다.
고양 신일초등학교 보건교사 천아영(경기도보건교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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