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구주택총조사를 기다리는 이유

매년 이맘때쯤이면 추석 귀경표를 구하려는 시민들의 긴 줄이 뉴스를 장식했다. 도시화가 가속화 되고 자동차가 집집마다 보급되어도 그 긴 줄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철도공사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서 추석 열차 예매를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온라인에 익숙한 사람들이나 자기 차량이 있으면 걱정이 없겠지만 취약계층에게는 꽉 막힌 귀성길이 벌써 시작된 것 같다.

여전히 학업이나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인구의 50퍼센트를 넘어섰다. 한편에서는 지역균형 발전을 해치는 수도권 집중을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메트로폴리탄의 인구 집적 효과가 혁신 성장의 추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가구원 수와 인구구조이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2천89만 가구 중에 58.1%가 1인 또는 2인 가구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구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중은 15.5%로 그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진건의 소설 <고향>에 이런 구절이 있다.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동양척식주식회사에 고향을 빼앗긴 농민들의 울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 구절이 낯설지가 않다.

앞으로 10년 아니 코로나19 이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통계를 통해서 그 미래를 전망해 볼 수는 있다.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행정자료를 활용한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집계한 것이다. 다음 달이면 5년마다 한 번씩 시행하는 현장조사 방식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된다. 통계청은 좀 더 세분된 현장조사를 통해서 정확한 통계를 만들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노후를 대비하고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사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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