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33년,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된 지 15년이 되는 해다. 남성 육아휴직이 2011년에는 1천403명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이 약 24%로 네 명 중 한 명 꼴이다. 자녀는 남녀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공동 육아문화가 확산 되는 것 같아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느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아빠의 휴직은 육아휴직이기 때문에 아이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내용이 포함된다. 예전의 아빠들은 지금보다 노동시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놀 시간이 없었다. 최초 육아 휴직제를 도입한 스웨덴 워킹 대디들의 육아시간은 300분(5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 아빠들의 육아시간은 아직도 평균 6분이란다. 이제 상황이 좀 나아졌으니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자. 잘 놀아봐야 노는 방법을 안다. 우리 아빠들의 아빠는 잘 놀아주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아빠들이 아이와 잘 놀고 싶은 욕구는 높으나 잘 노는 방법을 잘 몰라 힘들어한다.
올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라떼파파’, ‘아빠하이’ 등 아빠의 육아참여 활동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아이와 노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안내하고 격려하는 놀이 활동 ‘1천인의 아빠단’에 경기도 아빠들 1천700여명이 신청한 것은 그만큼 아이들과 잘 놀고 싶은 아빠가 많다는 이야기다. 요즘처럼 실내에서 가족끼리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아빠와 몸으로 즐기는 놀이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아이와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겠다. 몸놀이를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은 핸드폰으로부터 가족 건강을 지키는데 일조할 것으로도 예견된다.
올해 새롭게 시도한 남성 육아참여 사업은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 문화를 확산시키기도 했지만, 아빠들끼리의 활발한 소모임 활동 등을 보면서 아빠들의 육아 활동이 마을 공동체 문화로 퍼져 나갈 수 있는 희망이 보였다. 민들레 홀씨가 널리 퍼져 나가듯,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육아를 함께하는 친구와 이웃을 만드는 일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퍼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이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라떼파파 캠페인을 이끌면서 육아하는 아빠들에게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육아참여의 기회를 줄 수 있었던 뿌듯함이 느껴지는 사업이었다.
아빠들이 놀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자신감과 성취감은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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