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서랍 속 에코백을 꺼내야 할 때

텀블러와 에코백.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 이상은 소유하고 있는 물품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텀블러나 에코백과 같은 다회용품을 구입할 때 자신이 환경보호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과연 다회용품을 구입하는 것만이 환경보호에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총 41만4천626톤으로, 이 중 일회용 컵, 플라스틱 등이 속한 생활 폐기물만 5만3천490톤이라고 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통상적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요즘 식품접객업 매장들은 위생을 위해 다회용기보단 일회용품 사용을 지향해 그 배출량이 더 늘어난 상황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진행한 텀블러, 종이컵, 플라스틱 컵 관련 실험 결과에 따르면 텀블러가 모든 단계에서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텀블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종이컵의 약 24배이고 플라스틱 컵의 약 13배에 달하는 수치다. 원인은 텀블러의 소재에 있다. 스테인리스, 실리콘, 고무, 폴리프로필렌 등 친환경적이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지다 보니 텀블러 제작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다회용품인 에코백의 경우 가벼운 무게와 실용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 패션 소품으로 등극한 에코백은 점점 문구, 로고, 그림, 사진 등으로 도배되면서 진정한 ‘에코’ 백으로서의 역할을 잃어갔다. 프린팅이 많아지다 보니 재활용을 하기도 어렵고 제작 과정에서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자행하는 것도 불가피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단기간에 몇 번 사용하지 않았을 때 해당한다. 덴마크 환경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면 재질의 에코백이 최소 7천100회, 유기농 면 재질의 에코백이 최소 2만회 사용된다면 에코백은 본래의 이름에 맞게 환경 보호 효과를 톡톡히 해낸다고 한다.

이제는 환경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펴야 할 때이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들의 배후엔 항상 자연, 즉 지구가 있다. 인간이 지구에게 피해를 끼치는 만큼 지구는 우리에게 합당한 응징을 가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인류가 환경보다 우선순위인 것은 맞지만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지구를 지켜야 한다. 이는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자연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이다. 지금 당장 수납장을 열어 먼지가 잔뜩 쌓인 채로 서 있는 텀블러들과 무기력하게 걸려 있는 에코백들을 보라. 사지 말고, 써야 한다. 그것이 다회용품이 다회용품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화성 동탄국제고 이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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