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기도 농민의 기본소득

농업은 우리 국민 5천여만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전략산업이다. 이에 농민들은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튼실한 농산물 생산에 모든 정성을 다하며 혹여 손해를 본다 해도 이듬해 경운기나 트랙터를 몰고 논과 밭을 헤매며 다시 씨앗을 뿌린다.

농촌은 한 역사와 문명을 창조한 모체이며 대도시의 근원이다. 농민들은 이 거대한 굴레 안에서 농촌을 지키고자 한 눈 한번 팔지 않고 농사에만 열중하고 있다. 농민들에게는 노동조합도 없고 그 흔해 빠진 무슨 연대, 무슨 연맹도 없다. 정치세력과 연계한 몇몇 단체가 있지만 그런 단체를 애써 외면한다. 그래서 파업도 못하고 연가도 없고 병가도 없다. 팔다리가 쑤시고 허리가 아파도, 과다한 노동에 시달려 몸살이 발병해도 아픈 다리 질질 끌며 논밭으로 나간다.

이러한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에서는 ‘농민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한다고 했다. 경기도 내의 약 30만 농민들은 “칠년대한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환영했다. 소외받는 농민들의 기본권 보장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위해 농민 1인당 일정액의 ‘지역 화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경기도의회의 해당 상임위원회에서는 ‘예술인 기본 소득과 건설 노동자 기본소득 등 타 직업군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보류되었다는 소식에 기대했던 농민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농민 물론 세간의 학자들은 신석기 시대 이후 인류의 생명줄 역할을 해 온 농업이 타 직종과 비교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일상적인 제조업 등 생산 라인에 있는 노동자들은 파업을 결의하면 자기 자본과 투자금 없이 완성품이 되기 이전 생산을 중단하기 때문에 커다란 손실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추곡수매의 경우, 수확기인 추수를 앞두고서야 정부의 추곡수매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미 투자된 생산 원가와 가격이 맞지 않아도 그리고 손실을 보아도 어쩔 수 없이 정부 수매에 응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류 의견 중 ‘경기도 인구의 3% 내외밖에 안 되는 특정 직군’ 이라는 이유는 도민을 도시와 농촌을 가르는 갈등의 요인으로 자칫 변질할 우려가 있으며 인구가 적은 농촌은 선거 때 표기되지 않는다는 오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1천360만의 경기도민을 아우르는 도의회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늙은 내 부모와 어려운 환경에서 농촌을 지키는 형제·자매들이 한 여름 땡볕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 이번 기회에 ‘농민 기본소득’ 관련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주길 기대해 본다.

정 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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