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들과 군대 그리고 엄마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은 어느 날 밥상머리에서 “엄마 나도 크면 군대 가야 돼?” 물으며 굵은 눈물을 떨궜다. 군대에 대한 어린 아들의 막연한 두려움이 언제까지 이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성장한 아들은 담담하게 입대했다. 이 땅의 아들들은 그렇게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바쳐 군 복무에 임한다. 나도 그럴 줄 몰랐는데 아들 군대 보낸 마음은 걱정의 연속인 가시방석이었다. 별별 걱정이 앞섰지만 엄마들 마음이 다 그러겠거니 스스로를 다독였다. 의연한 엄마행세를 해야 아들도 의연하게 군복무를 잘 마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병역 의무가 있는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만2천868명 중 9.9%인 2천520명이, 병역 의무가 있는 직계비속 1만 7천689명 중 4.4%인 785명이 질병 등의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들의 평균 병역면제율은 7.7%로, 일반인 평균 병역 면제율 0.25% 내외의 30배에 이른다. 또한 4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직계비속 현역병 복무자 658명 중 54.1%인 356명이 비전투 특기 및 부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공군은 17.8%, 미8군(카투사)은 5.6%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민은 사회지도층의 병역문제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이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차라리 장관청문회 당시 아픈 아들을 위해 병가연장을 요청했다고 이실직고하고 국민의 비판과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였다면 엄마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추미애 장관의 태도는 엄마로서도 공인으로서도 합당하지 않다. 세상의 어느 엄마가 아들의 병증을 세상이 다 알게 하는가. 보통의 엄마들도 의연한 엄마행세를 하는데 밝혀진 팩트마저 책임을 보좌관에게 떠밀고 국방부 민원실로 전화한 사실도 궤변으로 동문서답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더욱 국민을 분노케 하는 것은 아연실색할 상식 밖의 말과 행동으로 특권과 반칙을 엄호하는 사람들의 독선과 오만이다.

 

추미애 장관은 서울의 한 공군부대에서 ‘황제복무’로 지목되었던 한 병사의 아버지가 유력한 금융그룹의 부회장자리에서 사퇴한 것을 거울로 삼을 일이다.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서 미안해’ 하는 부모들의 외침이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평범한 순리에 따라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세워지기를 바란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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