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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경제이슈] 최근 자산시장 동향으로 살펴본 행동경제학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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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경제이슈] 최근 자산시장 동향으로 살펴본 행동경제학 이론

한국은행 경기본부 김획금융팀 오지윤 조사역

오지윤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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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서울과 세종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의 열기가 뜨거웠다. 최근 정부가 연이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과 8월 각각 전월대비 2.1% 올랐다(이하 KB국민은행 통계 기준).

주식시장도 뜨거웠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처음 제기됐던 지난 3월 1,4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5개월 만인 8월에 2,400선을 넘어섰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은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행동경제학은 사람이 온전히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예시로 들며, 몇 가지 행동경제학 이론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도 주식과 부동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가, 최근 들어 ‘누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부동산이 많이 오른다더라’ 등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것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행동감염’이라고 일컫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기인 올해 4~5월에는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집을 보러 다닐 수 없었고,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실물경제가 휘청거리면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이에 작년 10월 이후로 매월 전월대비 0.5% 이상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월 0.2% 상승에 그쳤고, 5월에는 보합을 보였다. 그러나 6월부터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고,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06년 11월 이후 최대치인 1만6천2건(한국감정원 발표)을 기록했다. 필자의 지인인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조정되는 시기에는 아무도 중개사 사무실에 방문하지 않다가, 어느 날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집을 매수하고 집값이 오른다”라고 평했다. 전형적인 행동감염의 사례이다.

또한, 많은 사람은 최근의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최근성 편견’을 가지고 있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최저점을 기록한 2012년의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이제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다’, ‘하우스푸어’ 등 주택 매매에 부정적인 기사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집을 산다는 의미로, 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아서 집을 매수하는 행위)해서 ‘패닉바잉’(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무리해서 집을 사는 것)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일 같이 보도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역시 최근성 편견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월 코스피가 1,400선까지 폭락했을 때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가가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주가가 2,400선을 넘은 지난달에는 일부 증권사에서 내년에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은 자산가격이 오를 때는 영원히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할 때는 영원히 하락할까 걱정하는 최근성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행동감염, 최근성 편견 외에도 투자자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하는 다양한 행동경제학 이론들이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스스로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행하는 비합리적인 행동 양식을 공부한다면, 시장으로부터 본인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지윤 한국은행 경기본부 김획금융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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