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를 당하거나 분쟁을 경험하게 된다. 구입한 물건이 고장 나기도 하고, 약속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병원에서 생명 및 신체와 직결되는 심각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거금을 투자해 입주한 아파트 안팎이 하자투성이라면 심정이 오죽할까. 그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노출돼 피해를 입기도 하고, 게임이나 영상물 같은 콘텐츠 때문에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발전과 비례해 피해나 분쟁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런 분쟁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금액이 많지 않은 경우도 많아 소송까지 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소송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제도가 많다. 대표적으로 소비생활의 피해나 분쟁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조정을 받아보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와 사업자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소비자 기본법상의 기구며,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화해’의 효력이 인정된다. 따로 소송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소비자의 불만 및 피해를 처리하기 위해 운영하는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의료분쟁은 어떤가? 의료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고자 2012년 의료분쟁중재 조정원이 설립됐다. 의료분쟁이야말로 소송으로 가면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싸움이다. 적은 수수료만 내면 당사자 주장, 의료과실 유무,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정 또는 중재를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의료분쟁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조정하고 있으니 소비자가 선택하면 된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사는 공동주택의 분쟁은 국토교통부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해결할 수 있다. 공동주택의 구조와 시설공사별로 하자가 발생할 때 입주자에게는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해결해주고 사업자에게는 하자소송으로 입는 경영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이 밖에도 개인정보 관련 분쟁사건을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조정하여 해결하는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 콘텐츠산업자간, 콘텐츠산업자와 이용자간, 이용자와 이용자간의 콘텐츠 거래이용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해 환경을 보전하고 국민의 건강 및 재산상의 피해를 구제하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도 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하기 전에 다양한 조정제도를 이용한다면, 소송으로 인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대표로서 일부 위원회의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정을 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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