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내가 꿈꾸는 작은 마을

채소가게, 철물점, 식료품점, 빵집의 생김새가 동네마다 달라 다양한 일상의 풍경이 익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사 가는 첫날 낯선 동네의 새로운 가게를 만나 기뻐하며 어색한 이웃과 나눈 첫인사에서, 서로 얼굴을 익히려 애써 신고식 하며 머쓱히 건네는 한 접시의 떡 속에서, 따뜻한 관계의 시작을 예감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15만 명이 넘어야 들어온다는 대형할인점의 입점을 기다리며, 동네마다 가득한 프랜차이즈 빵집, 식료품점, 음식점 등에서 쇼핑하고, 거의 비슷한 아파트 숲 속에서 같은 콘크리트 먼지를 마시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우리의 삶은 바뀌었다. 도시는 점점 더 비대해졌고 사람들은 점점 더 편리함을 추앙했다. 결국, 지역의 작은 마을은 점점 속 빈 강정처럼 나약해지고 말았다.

극단적 자본주의의 편리성과 경제성에 밀려, 마을마다 고유하게 순응하며 지켜왔던 작은 경제의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경쟁하듯 도심으로 혼이 나간 듯 빠져나갔다. 개발이 진행되어야 경제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었기에 주민들은 자신의 고장을 개발의 대열로 올려놓고자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전 지구적인 탄소 배출, 온난화 문제가 대두되고 지구환경의 심각한 변화로 ‘에코’가 곧 경제적 가치 변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뒤늦게 인식하게 되었다. 생태자원과 문화, 역사자원의 가치가 재평가됨에 따라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의 자본 지향적인 생활환경에서 새로운 미래의 생태, 환경, 역사, 문화 지향적인 생활환경으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꿈꾸는 작은 마을은 교육과 의료의 혜택이 모두에게 보장되고 생활에 기본적인 생필품들이 마을 구성원들에 의해 안정적으로 운영, 공급, 소비되며 마을의 주요한 문화 역사의 공공성을 마을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스스로 결정하여 공동의 가치를 완성해 나가는 자주적인 마을이다.

교육, 의료, 문화, 마을 공동체 문제가 해결된다면 전원생활 ‘작은 마을 프로젝트’는 분명히 성공할 것이며 도심 부동산을 향한 현재의 편향된 관심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나의 미래에 고독한 노후를 ‘내가 꿈꾸는 작은 마을’에서 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송창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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