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한국, 미중 합종연횡 중심에 서다

중국의 춘추전국 시기에 나온 고사성어 중에 ‘합종연횡’이란 말이 있는데 그 뜻은 국가 간에 패권과 생존을 위해 서로 간에 동맹과 분열이 성행했던 상황을 의미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국무장관인 폼페이오가 추석을 맞이하여 자신의 SNS에 송편 사진을 올리고 ‘해피 추석’이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중국은 외교부장인 왕이를 한국에 파견할 것이라고 한다.

미중 양국이 상호견제를 위해 한국을 합종연횡의 중심으로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한동안 미국은 터무니없는 과도한 액수의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었고 심지어 주한미군의 감축 혹은 철수로 우리를 곤경에 빠뜨렸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사드(THAAD)를 이유로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렸고 심지어 모 대기업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하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국가 간의 철칙이 있다. 그 명제는 모든 국가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 끌어안기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분명한 목적이 있다. 첫째는 한국을 더욱 더 확실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는 계산이다. 둘째는 미국이 구상하는 인도 태평양 안전보장체제인 쿼드플러스와 반중국경제동맹에 한국의 참여를 촉구할 것이다.

한편, 왕이는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맞서 한국에게 경제적 이해관계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중립적인 태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태도가 미중 갈등에서 중요한 레버리지 역할을 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의 갈등 속에 샌드위치와 같은 상황에 놓인 한국은 어떠한 외교정책을 펼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조선시대에 ‘병자호란’이 발생하기 전 잘못된 외교정책을 결정했던 실수를 또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손자병법 중에 ‘이일대로(以逸待勞)’라는 전술이 있다. 그 뜻은 ‘자신을 숨기고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중간의 어느 한 쪽에도 휩쓸리지 않고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좀 답답할지라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한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우리가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안을 하나씩 찾아가야 한다. 국가는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명제를 되새김해야 할 때이다.

박기철 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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