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칼럼] 신뢰받는 경기교육, 제도적인 개선부터

국민들의 청렴에 대한 인식과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정하고 신뢰받는 공직사회에 대한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갑질 근절 등의 쟁점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하고 신뢰받는 경기교육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관행적으로 이뤄진 내부의 제도적 문제점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 하나가 바로 신설학교 설립과정이다.

경기도는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신도시 개발로 인해 매년 신설학교 설립이 끊이질 않는다. 오랜 기간 신설학교 설립과정을 겪으면서 절차적 시간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담당 공무원들이 많은 고충을 겪고 있으며 학부모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보통 신설학교 설립을 위해 학생 배치 여건, 지역주민 의견, 예산확보, 중앙정부의 투자심사, 지방자치단체 및 시공업체와의 협의 등 수년간 험난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공사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항상 쫓기듯 3월, 9월 개교 시기와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주택 한 동을 신축하는 데에도 6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30학급 규모의 거대한 신축공사를 1년 기한을 두고 준공하라 하니 실무진 공무원들은 살얼음판을 걷듯 긴장의 연속 속에서 짧은 마감기한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듯 관행화돼 수십 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최소한 1년6개월 이상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신도시 입주 시기에 맞춰 개교할 수 있도록 착공 이전의 절차적 문제점을 단순화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경기도교육청 산하 학교설립 등 대규모 공사의 공사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보다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공사를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신설학교 신축공사 중에는 각종 사안으로 진행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더욱 촉박해질 수밖에 없다. 공동도급사 간의 분쟁, 시공능력이 부족하거나 지급받은 공사금액을 전용해 하도급업체들과의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사례를 보면 공사 건의 50% 정도가 크고 작은 원인으로 원활하게 진척되지 않아 어렵게 준공 시기를 넘기거나 하도급업체와의 갈등으로 다수 민원, 소송 등 크고 작은 분쟁들이 발생했다.

인근 지역주민, 학부모들은 개교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에 공사가 지연되면 시공업체의 문제를 떠나 담당 공무원과 교육청의 무능력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어 담당자들은 공사와 더불어 학부모 설득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치르게 된다.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업체나 학부모 등 외부이해관계자는 우리 공무원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고 이는 낮은 청렴도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신규 채용돼 배치된 우리 지원청 기술직 담당공무원 3명이 2~3개월 만에 연이어 의원면직을 신청하는가 하면, 경기도교육청 신규 채용된 기술직 공무원 절반이 중도에 사직했고 그로 인해 기존 경력직 1인이 3~4인분의 살인적 업무를 감당해야 했다. 취업이 어렵다는 이 시기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는 경기도교육청 기술직 채용 시험에서 인원 미달이라는 소식 또한 접했다.

짧은 마감기한으로 인해 거의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신세대 신규공무원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들을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이 모든 게 기존의 잘못된 절차적, 제도적 관행을 타파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방지법 및 공무원행동강령 등에서 명시적으로 규정된 금지·제한 사항만으로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증진시킬 수 없다. 공정하고 깨끗한 경기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제도의 문제점을 먼저 들여다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사 착공 이전의 사전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특단의 개선책을 마련해 과중한 업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행적인 상황을 타개해 담당자들과 신규공무원들이 선호하는 근무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 평택교육지원청

경영지원국장 주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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