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신 14주까지 임신중절 허용돼
사회적 공식화에 부작용 우려 목소리
여성에만 책임 묻는 法, 문제해결 시급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논란이 있다. 한 번쯤 다들 들어봤을 듯한 낙태죄다. 낙태죄는 형법 269조에 나와 있는 죄로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형법 270조에는 ‘수술한 의사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조선시대 형법에 따르면 여성들이 낙태했어도 그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어 낙태한 경우에는 오로지 가해자만 처벌받았다. 그러나 1910년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일제 형법이 조선에 새로운 규칙을 심었다. 조선 형사령 212조에는 ‘낙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 여성들의 고충은 신문에도 기고될 정도였다.
일본 군국주의는 전쟁에 쓸 병사 수가 중요했다. 따라서 그들은 낙태를 범죄로 다스렸고 그 법 문화는 고스란히 조선에 뿌리내려왔다. 6·25전쟁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가 4천만을 넘어야 부강해질 수 있다며 나라를 재건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1953년부터 여성의 낙태는 범죄로 규정되고 임신중절 수술은 전면 금지됐다. 낙태한 여성은 범죄자가 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1970년대 산아제한 정책으로 낙태가 암묵적으로 용인됐다. 1973년 모자보건법이 만들어지면서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예외적으로 임신중절이 허용됐다. 그러나 1985년 대법원판결로 낙태죄가 부활하게 됐다.
10월7일, 정부 개정안이 나왔다. 임신 14주까지는 임신부 판단으로 낙태할 수 있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신 중절 수술을 비교적 안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작년 헌법재판소는 임신 22주 내외까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2주를 더했다. 현행 법률상 성폭력 등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면 임신 중단이 가능한 최대 임신 주수가 24주다. 24주 이내에 사회ㆍ경제적 사유 등이 인정되면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형법상 처벌받는 낙태죄는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의료진의 진료 거부권마저도 인정했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24시간에 불과한 상담, 숙려기간만 거치면 낙태에 대해 사회, 경제적으로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다고 허용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몇 주 이내 임신 중절 허용, 낙태죄 폐지 등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모두가 만족할 방안이 나오기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무시하자는 의견은 아닐 것이다. 태아의 생명권을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주자, 임신의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게 하지 말자는 얘기일 것이다. 현행법은 모든 낙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빠져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지혜 성남 보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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