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서점을 방문했을 때 책 ‘연의 편지’를 접하게 됐다. 주인공은 여자 중학생 ‘이소리’다. 이소리는 학급 내 벌어진 학교폭력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의 올바른 행동의 결과는 그녀를 향한 폭력의 화살표로 되돌아온다. 결국 학교폭력을 당하던 친구를 도와준 뒤에 그녀는 예전에 살던 마을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곳에서도 폭력의 후유증이 나타난다. 모든 아이가 자신을 비웃고, 깔보고, 욕을 하는 상상에 시달린다.
주인공은 정신을 차리고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하면 문득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눈물만 날 것 같은 때, 그녀가 앉기로 한 책상 아래 어느 편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조심히 편지를 열어 본 이소리는 편지를 쓴 사람이 자신처럼 새로운 학교에 전학을 와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학교를 안내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편지는 한 장이 전부가 아니었다. 편지 끝 부분에는 또 다른 편지의 위치를 알려주는 일종의 좌표가 있었다. 이소리는 나머지 편지도 모두 찾아내기로 한다. 이야기 중 이소리는 한 고민에 빠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 행한 일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옳은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면서 독백한다. 올바르다고 생각한 일들이 정말로 올바른 일이었을까?
평소에 자신이 남을 도울 때를 생각해 보자. 남을 도울 때 무엇인가를 바라고 돕는 것보다 몸이 앞서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가? 철학자 칸트는 윤리적 행동을 할 때의 동기에 주목했다. 무엇인가를 바라고 한 올바른 행동은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그 사람을 꼭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올바른 행동은 도덕적인 행동이 된다. 비록 그 결과가 또 다른 피해를 낳을지라도 그 행동은 매우 가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용기 있게 나섰을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회의를 느끼면 안 된다. 이소리는 며칠 뒤 자신에게 온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전학오기 전 학교에서 자신이 도왔던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보낸 것이다. 그녀는 이소리에게 말한다. 자신을 도와줄 때의 그 용기 덕분에 새로 옮긴 학교에서 자신이 또 다른 폭력을 당하는 학생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한다. 하나의 선행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는 따스함은 번져간다.
김동이 성남 성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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