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불청객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뒤집었다. 장기간의 ‘집콕’ 생활로 많은 사람들은 지쳤다. 집 이외에 편히 쉴 곳 하나 허락되지 않는 실정이다. 기분 전환의 여행, 맛집 탐방,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던 그동안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실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백신이 나오더라도 최소 내년까지는 팬데믹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은 물론, 중소기업들, 소상공인들도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의 역할은 어때야 할까. 통제위주의 방역으로 충분한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이 발령되면, 학교,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체육관 등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은 단계적으로 폐쇄된다. 아이들 교육은 가정이 맡아야 하고 건강도 개인이 알아서 예방하여야 하며 먹고사는 문제도 개인이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한다. 쉽게 말해 국민이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나 어려울 때 더 필요하고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 아닌가. 구조상 공공기관이 문을 닫을수록 사람들은 어딘가로 몰릴 수밖에 없다. 사례로 외국의 도서관들은 민간 택배시스템을 이용하여 책을 대여해주고 있으며 온라인 영상통화서비스 ‘줌’을 이용하여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도서관은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이는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책임을 행정 스스로 아예 차단하겠다는 일종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결국, 어려운 때일수록 행정은 주민들 곁에 있어야 하고 또 그래야 한다. 이제 상시적인 펜데믹 현상을 가정해 모든 공공기관은 국민의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관점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비대면 접촉이 증가하고,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이제 행정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고 이에 따른 행정의 역할에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김동근 경기도 前 행정2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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