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누구나 노인이 된다

한 퇴직자가 기록한 <임계장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녔어도 정년퇴직을 하면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 된다. 2019년 65세 이상 고령자 취업자 분포를 보면, 단순노무직과 서비스판매직 종사자가 53.5퍼센트이고 관리자와 전문가 및 사무직 종사자의 비중은 8.5퍼센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다른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의 공적연금 수급률은 50.9퍼센트이고,60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3억 6천804만 원으로 나타났다. 순자산액은 50대 다음으로 많지만, 부동산 비중이 77.2퍼센트나 된다. 연금이나 다른 수익이 없다면 노인들도 일해야 한다.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퍼센트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2018년 자료이고 점차 개선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어려워진 고령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빈곤 수준인 중위소득 50퍼센트 이하의 소득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고령화와 노년의 빈곤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과 소득분배를 악화시키고 국가 재정의 적자 확대와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환이 필요하다.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적으로도 막대한 자산이 축적된다. 이러한 자산은 부동산보다 효율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가 가능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에 편입되어야 한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늘어나는 고령층을 디지털 산업에 투입하려면 평생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등 인적자본 관리체계의 전환도 필요하다.

국가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축했고 유수의 반도체와 정보통신 제조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정책과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서비스 창출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가적 전환을 위해서는 국가 성장의 주체이며 밑바탕이 되는 인구에 정확한 통계와 분석이 필요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현실이고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오늘부터 실시하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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