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의 어느 마을 버스기사는 언제나처럼 버스를 몰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생소한 일이 일어난다. 한 승객이 트럼펫을 불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당황해 한다. 그런데 이어서 승객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합창한다. 그저 평범한 동네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분명해지자 버스기사는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버스가 마을 어귀에 이르자 시위대가 나타났다. 버스를 가로막았던 시위대는 돌아서면서 생일 축하 함성을 지른다. 1년 365일 마을 사람들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고해주는 버스 기사님의 생일을 축하해주자는 어느 고등학생의 제안에 따라 진행된 플래시몹이었다.
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런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은 건강하지 않을 수 없고 따뜻하게 자라지 않을 수 없으며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지 않을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정기적으로 전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정직지수와 윤리의식을 조사한다. ‘10억원이 생긴다면 잘못을 저지르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질문에 학년이 높아질수록 응답률이 높아 고등학생의 경우 절반 이상이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은 인터넷에서 영화나 음악 파일을 불법으로 다운로드 해도 된다고 답했으며 숙제를 하면서 인터넷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물론 정직지수를 측정하기 위해 상황을 가정한 질문이지만 결과만을 놓고 보면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생활에 많이 노출될수록 청소년의 정직지수가 낮아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투명시스템과 가치가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다.
같은 발표에 의하면 대한민국 성인의 정직지수(60.2)가 청소년 정직지수(77.3)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놓고 정작 성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교육은 말과 주장(主張)이나 논리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삶으로 전이되는 것이라 믿는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부모와 교사 그리고 어른들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이다.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 갈 미래사회가 어떤 사회이기를 기대하는가? 건강하고 따뜻하며 청렴하고 정직한 사회를 원하는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자기의 일에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민주시민 사회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말로 가르치지 말고 나이나 지위, 직급으로 가르치지 말고 삶으로 가르치자. 그 이상의 교과서가 어디 있겠는가?
이범희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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