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등교 연기를 시작으로 사상 최초의 온라인 개학과 함께 원격수업도 어느덧 반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이러한 전국적 규모의 온라인 수업을 정책적으로 실현하는데, 최소한 몇 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집단지성의 저력을 보여준 현장 교사들의 전문성과 헌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미래교육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상상해 나아가야 한다. 상생과 협력의 가치가 실현되는 학교의 모습은 온라인 교육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현장의 교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문적 학습공동체 모임을 내실화하며 공동연구, 공동실행으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공유와 반복이 가능한 온라인 수업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공개수업의 환경을 제공하였고 교사들은 서로 수업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하여 일회적인 교사별 수업이 아닌 차시별 맥락이 있는 협력 수업을 실천하게 되었다. 수업에 대한 교사 자신의 성찰은 더 좋은 수업을 위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한편 지식의 전달로 끝나지 않는 학교의 존재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교육이 담당해야 온라인 교육의 방향을 보여준다. 역시 학교는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학부모들의 깨달음에는 평소 학교가 교과 지식의 단순한 주입 공간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 잠시 보충하는 대안수업이 아니다. 그동안의 미래학교 구상에 포스트 코로나를 기점으로 한 정교한 시나리오를 더하여 온전한 교육과정이 실현되는 새로운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단편적인 인지 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생태와 평화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아낸 주제통합 융합수업, 범교과 주제 연계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을 연계한 학생주도성 프로젝트 수업, 그리고 활발한 학생자치활동과 체험학습이 결합된 온전한 학교의 일상이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학교 교육이 교실과 칠판, 교과서, 학생과 교사라는 물리적 공간 개념을 가정했다면 이제 학교는 시·공간을 초월할 뿐 아니라 유의미한 맥락으로 연결되는 복합적인 개념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교육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개선점을 보완하는 교육공동체의 혜안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이 내실있게 융합되는 블렌디드 교육과정이 미래교육의 희망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황교선 송호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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