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수년 전 모 학회에서 골프 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국내 골프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이니만큼, 골프의 각 분야 최고 전문가분들이 참석했다. 본인은 당시 골프를 전혀 치지 않았지만, 우리 선수들만 해도 세계 골프대회를 주름잡고 있으니 국내 골프 산업의 미래는 마냥 밝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최고 골프 전문가들이 조망한 골프 산업의 미래는 기대와는 달리 암울하였다. 각종 규제는 대중화를 어렵게 만들고, 해외로 출국하는 골퍼들의 수는 매년 폭증하고 있는데도 골프장 이용료에 붙는 세금이 너무나 많아 도저히 가격을 인하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용품 역시 미국과 일본 브랜드가 국내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고, 국내 업체는 영세하여 경쟁이 안된다는 비관이 이어졌다. 정부의 정책과 무관심에 불평과 토로가 이어졌다.
그 후로 수년이 지났다.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던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위헌판정을 받았고, 대중제 골프장에 부과되던 중과세도 일반과세로 전환되면서 세 부담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감세 혜택을 누리고자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의 개수도 백여 개가 넘는다. 그렇다면 수년이 지난 지금, 국내 골프 산업은 발전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스크린 골프를 포함, 매년 3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 소비 참여는 필연적으로 확대된 서비스 제공자가 공급하는 인하된 가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골프장 이용료는 매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골프장의 가격 상승은 정점을 찍고 있다. ‘작년 가격에 십만 원을 더하면 올해 가격이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그렇다고 골프장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좋아졌을까. 앞뒤 팀의 빠듯한 진행에 맞추느라 골퍼들은 뛰어다니고 있고, 불친절한 캐디 눈치를 보느라 마음을 졸이며 골프를 치고 있다. 오죽하면 골프장의 횡포에 참다못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다.
불만이 폭발한 골퍼들은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는 국내에서 골프를 안 치겠다는 골퍼들도 부지기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골프 산업의 발전을 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 코로나가 종식될 때 어떤 변명과 불만을 늘어놓을 것인가. 상생을 잃어버린 골프 ‘시장’.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전제하지 못하는 것은 산업이 아니라 뒷골목 시장과 다름없다. 본인이 본 칼럼의 제목에 ‘산업’ 대신 ‘시장’을 넣은 이유이다. 지금의 호황이 과연 얼마나 갈까. 참으로 어리석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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