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을과 함께 떠나는 삼남길 이야기 산책

삼남길은 조선시대 6대로 중 제일 첫 번째 대로다. 조선시대 육로교통의 중심축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젊은 선비들이 이 길로 걸었고, 삼남지방의 사람들의 왕래와 풍부한 물산도 이 길을 오갔으며, 정조가 사도세자이신 아버님을 참배하고자 현릉원으로 행차하던 길이며,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으로 부임하던 길이다.

그 중 과천, 의왕, 수원, 화성, 오산, 평택을 연결해 총 90km, 10개 코스로 경기 삼남길은 연결됐다. 옛 대로인 삼남 대로를 원형 그대로 살리면서 시대의 흐름 따라 발전해온 교통수단과 도로건설 등으로 사라졌던 구간들이다.

걷는 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방법과 삼남대로의 원형복구를 위해 이 구간 을 산책로로 개척하게 되고, 역사와 문화탐방로인 경기도 옛길 삼남길을 개통하게 된 것이다. 그중 제1길은 남태령 표석, 추사박물관앞, 관악산둘레 길 쪽 안동네를지나 인덕원 옛터까지다.

남태령 옛길 빗돌과 과천루 이 고개는 여우고개로 불렸었는데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원으로 행차할 때 이 고개에서 쉬게 되면서 고개 이름을 묻자 과천현 이방 변씨가 임금께 속된 이름을 아뢸 수 없어 남태령(남행할 때 첫 번째 나오는 큰 고개)이라 아뢴 이후 남태령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삼남길은 조선시대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지역을 총칭하는 삼남대로로 해남~강진~광주~익산~천안~서울을 잇는 천 리의 길을 말한다. 해남의 땅끝에서 시작하여 서울의 구파발까지 도보 여행자들을 안전하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옛 문화와 현존하는 문화를 느끼며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문화산책 길 탐방로인 것이다.

가을이 약속한 단풍이 찾아오는 이 계절, 코로나19 덕에 국내에서조차 여행하기 어수선한 이때 사람 많은 유명한 산책로나 산보다도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삼남길에서 자연과, 현실을 마주하며 삼남길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찾아 고갈되어가는 낭만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야기와 자연이 함께 만든 길은 마치 삶의 순환과도 매우 흡사하다. 끊임없이 재생하는 과정을 통해 현존할 수 있는 것처럼-삼남길은 그렇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현재로부터 미래를 향해 시대마다 걷는 사람에 의해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되어 존재하며 새로운 문화이야기를 생산하는 길이 된다.

옛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처럼 코로나19, 독감, 어두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나 조선시대의 대로 중 가장 긴 길 삼남길을 걸으며 온갖 뒤숭숭한 상황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가을 산책으로 자연치유하고 다시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임정민 수원시인문학자문위원ㆍ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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