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스포츠계의 가장 시끄러웠던 이슈 중 하나는 스포츠계 폭력ㆍ성폭력 사건이었을 것이다. 2018년 빙상계 카르텔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우리는 올해 트라이애슬론 종목에서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사건을 접하게 됐다. 폐쇄적인 대한민국 스포츠계 문화와 지도자-선수 간의 상하수직적 ‘갑을 관계’, 그리고 사건의 민감성 등을 고려했을 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거나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사건들은 실질적으로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면 한 번 정도 고민해 봐야 할 문구가 있다. 영국에서 처음 언급된 ‘스포츠를 통한 인성발달(Sports builds character)’이 그것이다. 2003년 United Nation(UN)이 발표한 ‘발달과 평화를 위한 스포츠’ 보고서를 살펴보면 스포츠가 참여자들에게 건강한 생활 습관, 스포츠맨십, 전인적 발달과 긍정적인 사회화를 장려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로 스포츠가 참가자들의 인성을 발달시킨다면, 왜 국내·외 스포츠 지도자나 선수들의 일탈행위는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는 것일까?
스포츠 사회학자인 Jay Coakley는 스포츠를 통해 얻게 되는 교훈과 결과들이 상황과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스포츠 참여를 통해 얻게 되는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사실 국내·외 다수의 연구에서는 스포츠 참여가 참가자들의 알코올 소비와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도덕성을 감소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고하였다. 즉, 단순한 스포츠 참여가 참가자들의 발달적 결과를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의 맥락 및 현장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상황들이 스포츠에서 긍정적인 결과물을 산출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사실 그렇다. 달리고, 차고, 던지고, 받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인간의 가치관과 인성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분명히 그 안에서의 특정환경 요소가 스포츠의 긍정적인 가치 창출을 이끌어 내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스포츠 참여의 영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할 것인가. 앞으로 본인은 스포츠의 올바른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 수반돼야 하는 환경적 요소들을, 특히 스포츠 지도자들의 역할 관점에서, 탐색해보고자 한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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