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있는데 비가 부러지는 소리를 낸다.
부러지지 않고서는 저리 시끄러울 수가 없다.
눈을 뜬다.
밤하늘에서 투명한 철사줄들이 쏟아져 내리다가
탁탁 소리를 내며 끊어진다.
옆집 부인 집 나갔다가 며칠만에 돌아왔다는
소문이 부러진 비 속에서 어렴풋이 들려온다.
젊음도 비처럼 왔다가 부러지기도 하는구나.
소가 웃다가 비 맞고 등뼈가 부러졌다는 전설이
슬금슬금 자라고 있는 연안부두에 밤비가 내린다.
놀란 밤배들이 바다를 향해 연신 흔들린다.
김영진
2017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옳지, 봄』.
제4회 아라작품상 수상. 계간《아라문학》편집위원.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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