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비자중심경영

“손철옥 심사팀장님이시죠?” 지난달 말, 소비자중심경영 신청 기업에 대한 심사를 위해 전철역을 나와 방문할 기업을 찾고 있는데, 말쑥하게 차려입은 청년이 불쑥 다가와 물어본다. 심사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갔고, 사진도 보내준 적이 없는데다가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날 알아봤을까. 당황스럽지만 기분 좋다. “저기 회의탁자에서 기다리세요.” 몇 년 전 어느 신청기업은 건물에 들어서도 안내문이나 안내해주는 직원조차 없었다. 한참 지나 다른 부서 직원이 용건을 물어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회의탁자에 앉아서 기다리란다. 시작이 찜찜했다. 소비자중심경영 초창기부터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10년 이상 방문한 기업도 50곳이 넘다 보니 기업에 대한 첫인상과 그날의 결과가 기억에 남는다.

소비자중심경영(Consumer Centered Management, CCM).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심사하여 인증하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증하고, 한국소비자원에서 운영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부터 홈쇼핑업체에 납품하는 B2B 소규모 기업, 그리고 시설관리공단이나 공사 등 공기업도 방문했다. 심사는 크게 리더십분야, CCM 체계, CCM운영, CCM 성과 관리로 구분되는데,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소비자중심경영의 전략을 시작으로 CCM 조직, 인적물적 자원, 교육, 문서관리 체계를 확인한다. 소비자정보제공은 어떻게 하는지, 소비자불만처리 시스템은 구축되었는지, 소비자불만 사전예방 및 사후관리는 제대로 하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중심경영 성과목표를 평가하고 환류하는지까지 심사하는데, 대부분 기업에서 사전에 제출한 100여 쪽의 공적 기술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서 온종일 심사를 하게 된다. 공적 기술서를 보면, 그 기업이 소비자를 위해 전사적이고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 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2년 동안 만들어낸 성과와 실적이니 심사위원의 책임도 막중하다.

경험상 인증을 통과하는데 가장 핵심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최고경영자와 인터뷰를 해보면, 인증 가부에 대해 예상을 할 수 있는데, 거의 틀린 적이 없다. 훌륭한 기업가와 기업문화를 심사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소비자중심경영.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도이다. 소비자 없이 존재하는 기업은 없다. 아쉬운 건 소비자들이 이 제도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를 위해 그리고 앞서가는 소비자중심경영 기업을 위해 ‘통 큰’ 광고 한번 해주길 기대한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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