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이어 이천 야생조류 시료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되면서 경기남부지역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15일 이천시에 따르면 이천시 호법면 후안리 복하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포획 시료를 정밀검사한 결과 전날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진됐다. 지난달 28일 같은 유형의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청미천으로부터 북쪽으로 13㎞ 떨어져 있다.
복하천 반경 10㎞ 이내에는 21개 농가가 114만3천3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종계 농가 5개ㆍ9만2천100마리, 산란계 농가 3개ㆍ64만2천100마리, 육용오리 농가 2개ㆍ1만5천100마리 등이다.
이들 농가 중 한 곳인 A 양계장 진입도로 바닥 곳곳에는 희뿌연 소독약품이 뿌려져 있었다. 농장 입구에는 ‘출입금지’ 팻말과 안전띠가 둘러싸여 있어 마치 강력사건 현장을 연상케 했다. 이천시가 이들 농가의 가금류에 대해 21일간 이동을 제한하고 소독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농장을 통하는 주요 길목에는 방역 통제초소가 설치돼 이동차량을 소독하고 있었다. 작업차량만 일대를 드나들며 방역 물품을 나르고 있을 뿐 평소처럼 오가는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이천시는 방역차량 8대, 살수차 1대, 드론 2대를 동원해 복하천, 청미천, 양화천 등의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집중 방역소독을 벌이고 있다.
닭 2만여마리를 사육 중인 농장주 K씨(66)는 “출하를 며칠 앞뒀는데 고병원성 AI라고 판명나니 앞날이 캄캄하다”며 “가슴이 답답해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비참한 심경을 나타냈다. 삼계탕용 백세미 6만5천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S씨(60)는 운 좋게도 AI 판명 직전에 모두 출하를 마쳤다. S씨는 “소식을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이천 복하천 AI 확진 소식에 여주시와 안성시 등 인접 지자체도 이동통제 및 차단방역을 강화했다. 복하천은 남한강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여주시 가남읍과 능서면 등도 이동제한지역에 포함된다. 이 지역에서 닭, 오리 사육 농가는 35곳으로 31만여마리를 기르고 있다. 여주시 역시 농가에 대해 이동제한, 복하천 철새도래지 진입로에 생석회를 도포하는 등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성시도 철새도래지와 산란계 사육농가 앞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내년 2월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김정오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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