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라보며 꿈만 꾸었다. 그림 속 세상!
뜯어지는 달력 낱장에는 꽃무릇이 피었다
찾아가리라
가녀린 연초록 긴 목을 꽃대궁으로 붙들고 천지간에
선홍빛으로 흔들리던 구월의 그 숲 속 나는 찾아가리라
블랙의 철제 현관문을 밀고 밖으로 나왔다
흰 구름 둥둥 떠가는 하늘이 무심하다
그 곳은
그대로 온통 붉디붉은 꽃무릇 세상
넋 놓고 바라보던 시간이 지나고
가슴에 품어도 될 만큼 내 눈도 따라 붉어졌을 때
타올랐던 붉은 빛이 시나브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꽃대궁에서 힘없이 툭툭 꽃잎들이 떨어진다
세상의 변절은 저 꽃무릇 같은 걸까
불타던 선홍빛 향연은 이제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고 있다 그는
허망한 인연을 모질게 뚝 끊고 다시 돌아가고 있는 걸까
늘 꿈꾸었던 한결같은 그림 속 세상으로
송소영
대전 출생.
2009년 <문학 • 선>으로 등단.
시집 <사랑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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