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대한민국 헌정사를 통틀어 배출된 전체 국회의원 중, 여성 의원 비율이다. 21대 국회 들어 사상 첫 여성 국회 부의장이 탄생할 정도로 정치에서의 여성들이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말하지만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 점을 고려하면,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역대 최대인원인 57명의 여성의원이 당선되며 국회 진출에 성공했지만, 비율은 고작 19%에 불과하다.
여성에 대한 공천 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지방의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7회 지방의회선거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은 광역의원은 19.4%에 그쳤고, 기초의원은 그보다 조금 높은 30.7%를 기록했다. 그마저도 비례대표를 포함한 수치다. 아직도 10명의 선출직 정치인이 탄생할 때 여성의 비율은 불과 2~3명도 채 되지 않는 게, 양성평등을 넘어 성평등을 말하는 2020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국제의회연맹(IPU)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93개국 중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평균 24.3%였다.
프랑스 39.7%, 이탈리아 35.7%, 영국 32.0%, 독일 30.9%, 미국 23.5% 순으로 우리의 정치 현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단순한 숫자적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권자의 대표성을 강화함에 따라, 진정한 민심이 정치와 제도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최소한의 숫자의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은 일자리, 출산, 세대 및 성별 갈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해결을 풀 수 있는 단추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세계가 주목한 미국 대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에 오르게 됐다.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당선을 사실상 확정 짓는 통화에서 “우리가 해냈다.”라는 말로 기쁨을 표시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란 직위, 남·여, 흑인과 백인을 넘어 ‘우리(we)’라는 말이 이들의 승리의 의미를 대신했다. 미국은 첫 여성 부통령의 배출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기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내후년 대선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서 정치권이 먼저 나서 여성의 참여를 독려하고 등용에 힘을 실어준다면,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은 굳이 숫자에 목을 매지 않아도 ‘소수’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는 우리 여성들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해냈다”라고.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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