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란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소리 예술 마법사와 같다.
모든 드라마와 영화, 혹은 광고 영상 한 장면 한 장면에 음악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행위 예술은 더하다. 도대체 무엇을 전달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될 때, 왠지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 음악을 들어보자.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라는 소리 예술에 노래 가사의 옷을 입혀 어린 아이들의 입을 모아 하나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증에 답하는 무대가 있다. 다문화 인식 개선 프로젝트의 하나로 매년 열리는 ‘허들링 청소년 합창 축제’다. 첫회부터 허들링 청소년 합창 축제 합창 부지휘자로 참여하며 겪었던 감동은 아직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모아 한자리에 서게 하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합창에 참여할 아이들을 지도하고자 기관에 방문했을 때 아빠는 한국인이었고 엄마는 중국인인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 옆엔 여섯 살 난 남동생의 눈은 한시도 누나를 놓치지 않았다. 어린 누나도 남동생의 손을 꼭 잡고 의지하며 낯선 이를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외부인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거다.
어머니가 외국인인 가정의 아이들은 엄마가 의사소통 문제를 겪는 탓에 이웃과 소원하고 비 다문화 아이들과의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기가 쉽다.
외국인 엄마는 물론 아이들이 비 다문화 가정과 소통하며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도와주어야 한다. 눈을 마주하고 노래를 지도하는 2시간 동안 서서히 경계심을 풀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비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3박 4일 캠프를 하는 동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을 봤다. 전국에서 모인 300명의 아이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각자 연습했던 노래와 안무를 맞춰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경계하는 눈빛은 부드럽게 반짝였고 강당엔 웃음이 가득해졌다. 서로 어우러지며 협동심을 발휘하는 아이들을 보며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에도 연방 미소가 번졌다.
발성 연습과 노래 수업을 제대로 받은 아이들이 아니기에 말 그대로 소리만 질러대는 떼창 이었지만, 천사들의 합창이었다. 모자란 것을 서로 채워주며 노래로 하나가 된 아이들에게 다문화니 비 다문화니 하는 구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공연을 지켜본 외국인 엄마는 하나같이 서툰 말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공연이 끝난 무대 뒤 대기실에서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서로 안고 울먹이고 있었다. 비 다문화와 다문화 가정을 이상한 잣대로 선을 긋는 어른들이 문제였던 거다.
김영은 경기예음챔버오케스트라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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