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털실바구니

털실바구니

털실바구니

우리 집에는 서로 다른 종족이 산다

부화하기 직전의 알 같은,

젖은 내부가 비릿하다

서로 다른 염색체와 색깔로 뭉친 감정들

상처를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사이에는 공기층이 있어

털과 털 사이의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누군가의 옷이었을 저 털

그 옷을 벗겨 꼬아 놓은 감정의 온도는 몇 도일까

내 전생은 양陽을 좋아하는 순한 양羊

양이 걸어온 모래언덕을 찾아

바구니에 담긴 털의 미세한 울음소리를 듣는다

탈모가 시작된 남편의 모낭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

취직난에 코 빠뜨린 아들의 코를 잡아주는 일

둥지를 떠난 딸이 뽑아놓은 깃털의 속내를 읽는 일

꼬인 매듭을 풀어내고

무심하게 감아놓은 시간을 뽑아내서

촘촘히 짜내려간다

딱딱한 뭉치가 솔솔 풀리며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냉기로 가득 찼던 감정의 온도가 올라간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노수옥

충남 공주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

정 수료

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울시인협회 회원

중앙대 잉걸회 동인

김포문학상 시부분 수상

시집『사과의 생각』『기억에도 이끼가 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