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웃이 도둑이라고 소문을 퍼트리던 노인이 있었다. 며칠 후 그 이웃은 무고하다는 게 증명되었고, 이웃은 노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노인은 법정에서 “그건 제가 그냥 한 말일 뿐이에요. 아무 해를 끼치지 않았잖아요.”라고 말했다. 판사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노인에게 말했다. “종이에 이웃에 대해 이야기한 모든 것을 써 보세요. 그리고 그걸 잘게 잘라서 집에 가는 길에 뿌려 보세요. 판결은 내일 내겠습니다.”
다음 날 노인은 법정으로 돌아와 판결을 들었다. “이제 판결을 받기 전에 어제 뿌린 종이를 도로 가져 오세요. 모든 조각을 다 모아와야 합니다.” 그러자 노인은 “불가능합니다. 바람이 불어 사방으로 날아갔을 거라고요”라고 답했다. 판사는 노인을 바라보고 말했다. “어제 뿌린 종잇조각은 당신이 이웃의 평판을 깎아내린 ‘그냥’했던 ‘말’과 같습니다. 그 ‘말’들은 사방으로 날아가서 어디서부터 찾아봐야 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경찰이 접수한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발생 건수는 2014년에는 1년 동안 8천880건이었으나, 2020년에는 상반기(1~6월) 동안에만 8천93건을 접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건화 되지 않은 인터넷 명예훼손, 모욕 사건은 그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다.
TV, 라디오, 신문에 더해서 카톡, 페이스북, 유투브, 인스타그램, 밴드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SNS를 통해서 ‘말’이 전달되고,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통해서도 전달되고 있다. 이렇게 전달된 ‘말’들은 사실이든, 아니든 정제되지 않고,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확대, 전파되고 있다.
‘말’은 전파하기는 너무 쉽지만, 이를 바로잡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도 이미 그 내용은 사람들에게 잊힌 사실이라서 당사자가 아니면 관심도 없다. 당사자만 억울함에 몸부림을 칠 뿐이다.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수단은 생각보다 마땅치 않다.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형사 처벌하거나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바람에 날려간 ‘말’로 인하여 개인들이 받는 고통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반면, 그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은 초범은 가벼운 벌금에 그치고, 민사상의 손해배상도 소액의 위자료만 인정되는 등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서라도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모욕 행위에 대하여 좀 더 강력한 처벌과 함께 엄격한 손해배상의 인정을 통해서 깨끗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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