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시내버스환승제의 도입 좌절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을 위해 여러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시책들은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시행 전에 면밀한 검토와 시행 후에도 평가와 수정, 보완이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해 7년 전에 추진했던 시내버스환승제의 도입 실패가 생각난다. 당시 여주는 면 단위에 221개 마을이 있었는데 주로 읍내와 연결되는 버스 노선이었다. 마을이 많다 보니 시내버스가 들어가지 않거나 하루 한두 번밖에 들어가지 않는 마을이 많았다.

농촌 한 마을의 경로당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아침에 버스를 타고 읍내 병원에 가면 저녁때나 집에 돌아오는데 점심때 버스를 한 번 더 다니게 해주면 좋겠다.”라는 건의를 받기도 했다.

2013년 1월28일, 모든 마을에 버스가 들어가고 운행 횟수를 3회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안을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이를 위해 버스 9대를 증차하고 시내버스환승제를 새로 도입했다. 그동안 시내버스가 들어가지 않던 마을에서는 운행 첫날 주민들이 모여 환영 행사를 하거나 볼 일 없으면서도 버스를 타고 읍내에 다녀오는 등 환영 일색이었다.

그러나 개편안 시행 며칠 후 여러 마을에서 환승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추운 날씨에 야외정류장에서 연계버스의 기다림, 짐을 들고 버스를 갈아타는 번거로움, 환승에 따른 이동시간의 길어짐 등이 주요 불편사항이었다. 평상시 고령의 노인들이 병원이나 시장을 가고자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었다. 버스 운행 횟수를 늘리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주민들의 이동편리성이 낮아져 오히려 불편을 더 가져오게 된 것이었다.

주민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고자 의욕적으로 추진한 시내버스환승제를 시행 18일 만인 2월15일에 폐지하고 원래 방식대로 환원하였다. 세종대왕은 새로운 조세제도를 도입하면서 전국 양반과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1430년 3월부터 5개월간 조사요원들이 17만3천여 명을 직접 방문해 새로운 세법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했는데, 그 결과는 찬성 57%, 반대 43%이었다. 반대가 예상보다 많자 신하들과 지적된 문제점을 논의, 개선하여 여론조사 후 14년 만에야 새로운 세법을 시행했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시책을 변경할 때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방안을 반영하여야 시행착오와 주민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김춘석 전 여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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