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김연경 선수의 감정표현 논란

최근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발생했던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흥국생명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나온 김연경 선수의 감정표현 논란이었을 것이다. 명승부였던 만큼 경기 후 많은 이슈들이 양산 되었는데, 특히 공격 실패 후 공을 바닥에 세게 내려치고, 실망감에 네트를 잡아당겼던 김연경 선수의 비매너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경기 후 한국배구연맹(KOVO)은 김연경 선수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던 당시 주심에게 제재금을 부과하였고, 김연경 선수 역시 네트를 잡은 부분에 대해 상대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11월 24일(한국시간) 기예르모 파레데스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규칙 위원장은 김연경 선수에게 제재를 가하지 않았던 주심의 판정은 충분히 옳은 결정이었다고 언급하였다. 결과적으로 김연경 선수의 행위가 다소 과격했었다 할지라도 KOVO의 주장대로 ‘레드카드’나 ‘세트퇴장’을 줄 만한 상황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상대팀과 공유하는 경기 시설물(네트)에 물리적 충격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김연경 선수의 행위는 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석하기 나름이라 생각된다.

본 논란의 잘잘못을 떠나 필자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논란 이후 경기 중 감정표현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밝힌 김연경 선수의 최근 인터뷰다. 그 이유는 김연경 선수의 한국 복귀가 단순히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을 넘어, 그동안 ‘Ladylike Character’가 주를 이루던 한국 여성 스포츠계에 걸크러쉬와 같은 새로운 매력을 가져 왔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 선수의 거침없는 입담과 ‘식빵’으로 대변되는 경기에서의 화끈한 감정표현은 “남자는 ~해야 한다”, “여자는 ~해야 한다”라는 우리 사회의 ‘성 역할 고정관념’ 인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기에 지금의 조심성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어찌됐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본 논란으로 인해 김연경 선수 외 많은 여성 스포츠선수들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 모두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며,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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