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소설로 배운 한국 분단의 고통

코로나로 판문점 현장체험학습 대신
소설로 떠나는 통일 인문학기행 공부
3.8선·한국전쟁 등 고민하는 시간 가져
미래 이끄는 우리가 통일 관심 가져야

오산 매홀고등학교는 경기도교육청 공감 학교통일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통일 인문학 기행’ 사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판문점 인근을 둘러 보고 분단의 현실을 체험하는 활동으로 계획됐으나 코로나19로 현장체험학습이 어렵게 되면서 ‘소설과 영화로 떠나는 통일 인문학 기행’으로 진행했다. 나는 10월28일 수요일부터 시작된 ‘소설로 떠나는 통일 인문학 기행’에서 소설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와 분단 문제를 공부하게 됐다. 수업을 통해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졌던 3·8선, 분단, 한국전쟁, 통일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순원 작가의 ‘잃어버린 시간’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던 3·8선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해주었다. 3·8선은 전쟁 후 사람들이 아픔과 상처를 가슴 속에 남긴 채 살아가게 만든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화로 만들어진 직선형 국경선이다. 이것은 ‘폭력적인 선’으로 칭할 수 있다. 주민들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강압적인 선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시대이자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던 시대’라 불리는 해방 이후의 한국 시대상을 증축하는데 한몫했다. 한반도에 그어진 ‘폭력적인 선’ 3·8선은 인위적 자연지형을 분할한 선으로 이로 인해 교통, 통신, 우편, 교육, 행정 등에 관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됐다. 뿐만아니라 이순원 작가의 ‘잃어버린 시간’에서 볼 수 있듯이 3·8선이 그어진 후 간첩의 개념과 함께 생겨난 연좌제는 가족 인연을 저버리게 하는 사건마저 일어나게 했다. 전쟁으로 직접적 피해를 본 기간은 10개월조차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전쟁 후 발생한 여러 정책과 차별로 인해 전쟁의 간접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존재한다. 이순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런 사람들의 고통을 공감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국민을 뒷전으로 하고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제주 4·3사건은 제주 전역에서 발생했던 대량학살임에도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현기영 작가는 소설 ‘순이 삼촌’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던 제주 4·3을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기억에서 상기시켰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고등학교 1학년 때 역사동아리 활동이 아니었다면 제주 4·3의 발생 경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제주 4·3 또한 분단으로 인해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상처였다. 분단의 고통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쏟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통해 배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정책 및 다수의 심리상에 관한 윤리적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된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오늘도 여전히 휴전 중인 국가다. 자라나는 세대인 우리가 분단 과정과 현실을 이해하고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서은수 오산 매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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