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순 칼럼] 못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2011년부터 이해충돌방지법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법안 발의는 계속 이어졌으나 10년 넘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만큼 국회에 대한 불신이 더욱 공고화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된다.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 법안의 취지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이용한 사익 추구, 도덕적 해이와 부패 등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직무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한 상황에서 법안 심사와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거나 피감기관들로부터 가족회사가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자신의 지역구에 철도 역사 건설을 요구했던 어떤 한 의원이 역 바로 앞에 가족 명의의 상가 건물을 소유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은 모호하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번번이 좌절되어왔다.

국회의원의 업무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고 부정한 사익 추구 행위에 따른 악영향 또한 광범위하다. 적용 범위가 포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경실련은 다주택 보유의원은 국토위와 기재위 등 관련 상임위 배정에서 배제할 것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의 평균액은 106억4천만원이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부동산 관련 국회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와 기획재정위 소속이기에 부정한 사익 추구 행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5월 매니페스토본부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당선인이 밝힌 희망 상임위 중 26%가 국토위를 1순위로 꼽았고 개발로비스트를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KBS 보도에서는 고액의 주식을 보유한 의원 중 상당수가 활동 상임위와의 직무관련성이 있었고, 국토위 소속 의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식 보유 액수가 많은 의원은 본인이 설립하거나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상당수가 직무 관련성이 있었다.

의회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을까. 유럽의 나라들은 부정한 사익 추구 행위를 제한하거나 재산내역을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욱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과거의 이력과 경력 등을 사전에 공개해 의정활동 과정에서 이해관계 관련성을 의회에 보고하게 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징계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사전 정보공개와 이해충돌 회피 의무 및 불이행 시 제제 방안을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한국 또한 국회의원이 지위와 직권을 이용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헌법, 국회법, 국회 내부 규칙 등에 상당 부분 제도화되어 있다. 하지만 간접적 규제에 그치거나 구체적인 법률 규정이 없어 추상적 선언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현행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논의하던 2015년 당시에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안들이 제출됐으나 최종적으로 청탁금지법에서 제외됐다. 그때 이 규정들에 대한 입법이 이뤄졌으면 이런 일련의 이해충돌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 도입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널리 형성되어 있다. 고양이가 생선을 훔쳐가는 것을 목격하고도 아무 손도 쓰지 못하는 상황을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밖에 없다면 못 된 고양이 목에 방울이라도 달아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이젠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

오현순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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