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우리 사법체계가 단죄하지 못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은 지난 12일, 태연하게 간식인 귤을 손에 쥐고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을 12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지난 2008년 12월 중년의 조두순은 당시 8살 초등학생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잔인한 방법으로 성폭행했다. 피해 학생은 영구장애를 안게 됐고, 마음에는 이보다 더한 아물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세상은 분노했지만, 법원은 관대했다. 전과 17범의 잔혹한 범행은 그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했고, 불과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조두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술을 먹고 했기에 죄가 가볍거나 없다는 ‘주취감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나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우리 형법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주취를 감형사유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술에 의한 범죄 등에 대해 가중 처벌을 하는 규정도 있다. 우리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두순 논란 이후 주취 감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 공론화도 됐다. 성폭력 범죄에서는 일부 법 개정이 이뤄져, 감경 조건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술을 핑계로 한 범죄에 아량을 베푸는 부당한 관행은 남아있다. 술 문제뿐만이 아니다. 아동 성폭력 그 자체에 대해서도 여전히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다. 최근 채팅을 통해 알게 된 13살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시킨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자의 부모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원했다. 하지만 최근 내려진 가해자에 대한 판결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범죄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조두순의 재범을 막겠다며 24시간 밀착감시와 전자발찌 착용, 7년간의 야간외출 금지, 음주제한 결정을 했다. 자유를 준 뒤 제약을 한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강력범죄에 대한 가장 큰 예방책은 강력한 처벌이다. 법이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술’·‘충동’·‘반성’ 등을 변명 삼아 늑대의 탈을 뒤집어쓴 제2 제3의 전과 17범의 조두순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그때도 이번처럼 유튜버들에게 단죄를 부탁할 것인가?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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