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어린이의 가능성을 지켜봐 주자

요즘 TV를 켜면 트로트 대세인 만큼 채널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클래식을 전공한 필자도 가수 불문하고 트로트가 슬픔과 기쁨으로 마음을 달래주고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행복에 빠져들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답답한 모든 분들에게 힘이 돼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트로트 오디션 경연을 지켜보다 보면 어린 초등학생들이 참가해 어른들 못지않은 가창력과 감정 표현으로 지켜보는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신동, 영재 어린 참가자들을 볼 수 있다. 오디션에 참가한 어린아이들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오랜 준비로 훈련한 만큼 무대에서 현란한 춤과 노래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모 미소로 물개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른 흉내를 내는 모습이 씁쓸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른들의 정서가 가득 담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과 이별, 슬픔 때로는 야한 가사들로 뜻도 모를 스토리들이 담긴 노래를 초등학생 어린 참가자들이 부르는 것을 듣고 있자면 낯 뜨거워질 때도 있다.

높은 점수로 좋은 결과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 인가 싶지만, 낮은 점수가 나왔을 때 어린 나이에 좌절감을 맛보며 울음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너무도 아프다.

오디션 프로에 심사평을 하는 마스터는 어린 참가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디션에 참가했으면 좋겠다. 초등학생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깜찍하고 예쁘지만, 어른들과 경연을 해야 하는 냉정한 무대이기 때문에 탈락할 수도 있음을 알고 도전해야 한다”라는 심사평을 하기도 했다.

물론 오디션을 통해 한층 성장하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 어릴 적 각종 음악콩쿠르에 참가해 승리와 패배를 맛보며 성장했고 또다시 도전하면서 얻은 것도 있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린아이들이 트로트를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불건전한 환경에 노출된 위험한 세상에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꿈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가사들이 있는 동요를 부른다면 교육적으로도, 어린아이들의 정서에도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문제점은 아름답고 청초한 목소리를 트로트라는 창법으로 아이들의 목을 손상시키고 있는 점이다. 지금 당장 듣기에는 잘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아이들의 목 건강 상태는 좋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성숙함과 노련미가 생길 때까지 그 자체를 보호하고 보석처럼 예쁘게 다듬고 성장했을 때 더욱더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켜준다면 먼 훗날 오랫동안 사랑받는 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영은 경기예음챔버오케스트라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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