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상인도 전무합니다. 지금쯤이면 없어서 못 파는 포인세티아가 아직도 산더미로 남아있어요.”
연말 행사와 졸업식 시즌을 맞이했지만 화훼 업계가 생기를 잃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졸업식, 연말 행사가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돼 꽃다발, 크리스마스 장식을 찾는 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9시30분께 용인시 처인구 남사화훼집하장. 동짓날을 잊게 해주는 따뜻한 온실과 달리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인들의 표정은 침울하기 그지 없었다.
남사면에서 4년 동안 화원을 운영한 윤씨(53)의 가게 역시 찾는 손님이 없어 이제껏 한 번도 하지 않은 꽃 배송을 뒤늦게 준비 중이다. 예전에는 화원 문을 열기 시작하면 손님들이 몰려 크리스마스트리와 송년회 등 장식용 꽃을 사가는 손님들로 북적였던 곳이지만, 올 겨울은 월세도 낼 수 없을 정도라며 윤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윤씨는 “매년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가득했다”며 “올해 겨울에는 작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조차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10년째 화원을 운영 중인 이씨(60)도 마찬가지인 상황. 이씨의 가게에는 다가올 졸업식을 위해 준비해둔 꽃다발 70여다발이 진열돼 있었다. 이마저도 코로나19로 매출이 40% 이상 급감해 작년보다 적은 수량을 준비했지만 사 가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는 “매년 졸업식 시즌이 되면 이보다 2~3배 많은 양의 꽃다발을 준비했었다”며 “뉴스에서도 졸업식이 취소된다는 소리를 듣고 훨씬 적게 준비했는데 이마저도 팔지 못해 폐기 처분해야 될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남사화훼집하장이 문을 연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화훼단지를 찾은 손님은 20여명도 되지 않았다.
화훼 업계에 따르면 연말인 매년 11~12월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에 필요한 포인세티아와 졸업식 꽃다발을 위한 절단 생화가 주 수요 품목이다. 이를 사고 팔기 위해 전국 기준 1천500여곳의 농원과 1천500명의 상인들이 집하장을 오가며 찾는 손님 또한 3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는 해당 농원들을 찾는 손님들은 10만명도 되지 않으며 지난해 11월, 12월 초와 비교했을 때 매출 역시 화원 한 곳 당 50% 이상 줄어들었다.
이기욱 남사화훼집하장 대표는 “사람들이 화훼농가를 지속적으로 찾고 재구매를 할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라며 “농가가 곧 생계인만큼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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