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여성에 대한 살인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많은 국민, 특히 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해당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고, 여성들은 언제든지 살해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로 공격하는 범죄행위를 ‘묻지마 범죄’라고 한다. 법무부에 의하면 소위 ‘묻지마 범죄’ 가해자는 2013년 ~ 2017년의 기간에 5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얼핏 숫자를 보면 그다지 많지 않은 듯 보이지만, 문제는 ‘묻지마 범죄’ 대부분이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처럼 자기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강력범죄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묻지마 범죄의 원인은 다양하게 주장되는데,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좌절로 인하여 폭력적 성향을 띠게 된다는 연구도 있고, 정신질환이 그 원인이라고 보는 때도 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의 가해자도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에 따른 정신질환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교통사고 등은 인프라를 갖추고, 사전 예방 교육 등을 통해서 그 피해를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왔으나, 묻지마 범죄는 누구든지, 어떤 상황이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는 커지고는 있으나, 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현실이다.
묻지마 범죄의 예방, 근절과 관련하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의 관리, 가정폭력, 학교폭력의 근절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어느 하나의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면 그다지 실효적이지 않다.
결국, 묻지마 범죄의 근절은 신뢰받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우리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 및 치안 문제, 사람들의 윤리적,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묻지마 범죄를 근절시키는 일은 힘들다.
이것에는 차별문제도 포함된다. 사회 구성원이 다양한 차별에 따른 좌절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갑’이 ‘을’을 배려하는 사회,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요구하기 전에 지킬 것을 지키는 사회’ 등을 통해서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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