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 AI 여파도 안끝났는데”… 최강한파에 떠는 화훼업계

이번 주 올 겨울 최강 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도내 화훼업계와 가금류농장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와 AI 등의 영향으로 도산 위기까지 몰린 해당 농장들은 이번 한파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을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4일 오전 의왕시 포일동 청계 화훼단지. 이날 화훼단지에서 만난 농장주들은 하우스에서 키우는 꽃과 나무의 월동 준비로 하나같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농장주 A씨는 찬바람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서둘러 하우스 앞에 방풍 비닐을 치기 시작했다. 이 마저도 불안했는지 창문 곳곳마다 방풍지를 붙이던 A씨의 얼굴에는 추운 날씨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도 A씨가 제배 중인 서양난, 초화류, 관목 등 500여종의 화훼류가 강추위에 고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겨울철이면 매달 수십만원씩 지출하며 사용해 왔던 석유 보일러는 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터라 올 겨울엔 사용하지 않았지만, 결국 보일러를 작동시킬 예정이다. 물론 작물 제배에 맞는 하우스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한도내에서다. A씨는 “겨울에는 각종 졸업식 등으로 꽃다발용 생화가 많이 나가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각종 행사가 다 취소돼 주문이 거의 끊겼다”며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작물들을 포기할 수 없기에 겨울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한숨쉬었다.

여주시 북내면 장암리에서 산란계 농장을 하는 B씨(50)도 동장군 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5천㎡부지의 농장에서 육성계 6만수, 성계 6만수 등 12만두의 산란계를 키우고 있다. 이날 새벽부터 B씨는 물라인 주위에 열선을 점검하는 등 한파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불안했는지 B씨는 농장 내부 환기를 위해 설치한 대형 펜의 틈새 곳곳으로부터 들어오는 샛바람을 막고자 비닐 덮개로 틈새를 막는 조치까지 취했다.

그의 걱정은 한파뿐이 아니다. 주변 곳곳에서 터지는 AI 발병을 막기 위해 농장 내ㆍ외부를 수시로 소독하고, 농장 둘레에 생석회를 뿌리는 한편 입구에는 세륜기까지 설치해 AI 방역조치까지 병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B씨 농장 인근의 산란계, 메추리 농장에서 4차례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176만수 이상의 산란계, 육계, 오리 등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B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닭을 키울 때 환기가 중요한데 찬바람이 들어오면 닭들도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나 기관지염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AI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한파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느껴진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이번 추위는 8일과 9일 사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 내륙을 중심으로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곳이 많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장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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