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Great Sport Myth (위대한 스포츠 신화)

‘Great Sport Myth(위대한 스포츠 신화)’라는 용어가 있다. 이 신화에 따르면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순수하고 선하며, 그 순수함과 선함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따라서, 스포츠는 개인을 성장ㆍ발달시키는 가장 확실한 매개체 중 하나다. 특히 이 신화는 유소년의 인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정말 좋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스포츠에 참여만 했는데 긍정적인 변화들이 생긴다니! 하지만 이 결론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다. 신화의 사전적 정의 중 하나가 신비로운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위대한 스포츠 신화’는 그리스 신화처럼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스포츠에 대한 전설적 이야기라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스포츠를 통해 유소년의 인성이 발달한다는 주장도 허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면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생각하며 이 신화를 믿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위대한 스포츠 신화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스포츠가 이미 특정 (긍정적인) 인성을 가진 참가자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스포츠가 유소년의 인성을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집단이 긍정적인 인성을 가진 아이들을 선택하면서, 스포츠 참여가 아이들의 그러한 인성을 발달시킨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또한, 스포츠를 통해 발달됐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인성이 사실은 다른 활동들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스포츠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스포츠 외에도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나 지역사회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그 중 과학실험수업에서 있었던 친구들과의 토론이 그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했을 수도 있는데, 이 변화의 원인을 스포츠 활동으로 귀인 하면서 위대한 스포츠 신화는 강화될 수 있다.

이번 칼럼을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스포츠가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지 못한다고 주장을 하는 것 같다. 필자의 의도는 스포츠만이 유소년의 인성을 발달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위대한 스포츠 신화’가 ‘위대한 스포츠 사실 (Great Sport Fact)’이 되려면 어떤 종류의 스포츠가, 어떤 스타일의 지도자가, 어떤 형태의 피드백이 유소년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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