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의 일상은 물론 직장인들의 근무환경을 바꿔놓았다. ‘대면’ 업무보다 ‘비대면’ 화상회의가 자연스러워졌고, 저녁 회식은 자취를 감췄다. 매일 왕복 2시간씩 걸리던 출퇴근은 ‘재택근무’를 통해 안방에서 서재로 2초(?)면 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스마트워크’가 뜻밖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스마트워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 시간장소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 형태를 말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인데, 코로나의 확산으로 스마트워크가 곧 재택근무를 의미하게 됐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 100대 기업 중 88.4%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현장직을 제외한, 사무직 근로자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경험한 셈이다.
이에 긍정적인 반응도 많다. 불필요한 사무실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고, 기업 역시 이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실제 지난해 말 인크루트가 직장인 748명을 대상으로 벌인 ‘재택근무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77.5%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미 SK, 롯데 등 대기업은 지난 1년간 재택근무의 효과성을 검증하면서, 앞으로 코로나와 상관없이 재택근무를 일상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업 전반으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3곳 중 2곳은 코로나 위기에서도 재택근무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의 대기업이 아닌 99%의 중소기업들엔 근본적인 근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스마트워크는 먼 나라 얘기이다.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재택근무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생기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는 셈이다.
화성상공회의소가 새해 관내 1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곳은 1.3%에 불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발효되더라도 84%는 재택근무 등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불경기로 인한 경영악화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재택근무를 위한 비용 투자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스마트워크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굳이 코로나 위기를 떠나서라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하여 스마트워크가 보편화 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격차 없는 공정한 확산이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공공에서 민간으로 자연스레 이동할 것이란 긍정적 희망을 갖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나 크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중소기업의 스마트워크 확산 지원에 나서고, 대기업은 협력사까지 이에 동참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때마침 서울시가 올해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국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다. ‘위드 코로나’ 시대 경기도도 더 늦지 않게 중소기업의 스마트워크 도입 지원을 위해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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