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미티지-나이’ 5차 보고서

작년 12월4일 미국의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서 ‘아미티지-나이’의 다섯 번째 보고서가 나왔다. CSIS는 미국 싱크탱크 1위(펜실베이니아 대학 평가)의 기관으로서 특히 국방, 안보 분야에서는 막강한 ‘초당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0년에 처음 나온 이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 때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아미티지(Armitage)와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나이(Nye)가 공동책임자인데, 그동안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일본의 안보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쳐왔다.

유엔헌장 51조가 규정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1차 보고서는, 일본 우익세력이 헌법 9조를 개정해 ‘보통 국가’를 세우려는 시도를 뒷받침했다. 2007년의 2차 보고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으로 인도와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는데,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이에 호응해 기존의 ‘아시아 태평양’ 대신 ‘인도 태평양’이란 새로운 지정학적 개념을 제시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일본의 공식적인 안보 전략으로 확정했다. 결국, 그것은 호주를 포함한 ‘4개국 안보대화(쿼드, The Quad)’로 실체화됐으며, 작년 10월에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 방문은 ‘패싱’하고 일본을 들러 ‘쿼드’ 외교장관 회의를 하는 것을 통해 그 전략적 가치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일본에 한국과의 역사 문제 해결을 촉구한 2012년 3차 보고서는 3년 뒤 소위 “최종적, 비가역적” 위안부 협상 타결로 나타났고, 한일 양국에 강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은 4년 뒤 한일 역사상 최초의 군사협정으로 귀결됐다. 하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쳐 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지도는 매우 낮다. 과연 이번 5차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첫째, 미·일 양국은 이제 ‘동등한 동맹(equal alliance)’이다. 둘째, 이런 변화를 가져온 최고 공로는 아베 전 총리에게 돌아가야 한다. 셋째, 스가와 바이든의 신정부 출범에 즈음해 스가 총리의 빠른 방미를 호소한다. 보고서는 미국이 CPTPP에 조속히 가입해 중국 주도의 RCEP에 대결할 것, 중국과의 ‘경쟁적 공존(competitive coexistence)’을 위해 미일이 각각 대만에 ‘관여(engagement)’ 할 것, 북한 억제를 위해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고 올림픽을 그 계기로 삼을 것 등을 그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1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염려하는 모든 국민의 보고서 일독을 권한다.

김찬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