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지난 18일 이기흥 회장의 재선으로 막을 내렸다. 이 회장은 선거인단 투표에서 46.4%(915표)를 얻어 낙승했다. ‘반(反) 이기흥’ 연대를 논의했던 강신욱 후보(25.5%, 507표)와 이종걸 후보(21.4%, 423표)가 얻은 표를 더하면 이 회장보다 살짝 많다. 두 후보가 ‘체육 개혁’에 대한 공감대 아래 단일화를 이뤄 정책 선거에 집중했다면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정책은 실종된 대신 선거 과정 동안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스포츠의 정치화’ 논란이었다.
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등장해 출마와 불출마 의사를 반복하고, 때론 번복하는 과정에서 ‘체육계가 정치인들의 놀이터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이 회장은 “체육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구호를 내세워 상당한 효과를 봤다. 정치권이 체육계의 자율성과 권익을 침해하거나, 체육인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만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
이런 의미에서 ‘스포츠의 정치화’를 우려한다면 그것은 합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영역이 정치와 완전히 분리돼서 자체적인 동력만으로 재정적 자립을 이루고, 공공선에 어울리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사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어떤 분야도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이다. 이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인재를 기용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동안 체육계는 근대 이후 스포츠가 우리 사회에 기여했던 역할에 비해서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제대로 배려받지 못하고 소외됐다는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체육계가 국제 대회에서의 ‘국위 선양’ 외에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의제 설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자성해야 한다. 스포츠는 보통 사람들의 행복지수, 복지, 건강, 교육 등에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내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이제는 메달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고 천명했다. 이것은 스포츠에서 메달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직 성적에만 목을 매는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포츠가 보통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의제를 던질 수 있고,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체육계의 지혜를 모을 때다. 또 그런 의제의 현실화를 위해서 정치의 다양하고 열린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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