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수사권 조정 법안’ 시행을 바라보며

2021년 1월1일. 역사적인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됐다. 1945년 해방 이후 75년에 걸친 형사사법체제의 일대 변화가 시작됐다. 사실 수사권 조정은 그동안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되어 국민의 외면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제도는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법조인이 되기 전 20여년간 경찰에 몸담고 있어서 그 소회가 남다르다. 그리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경찰 생활 중 부당한 검찰권의 행사도 보았고, 경찰의 부당하고 위법한 권한 행사로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끼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권을 누가 잘하고, 누가 잘 못하니 누구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면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최소화되고,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서 사실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제도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권 조정 법안의 시행은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구현하는 조심스러운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싶다. 특히 경찰의 책임이 막중하다. 시민들은 검찰과 경찰 모두 불신하고 있지만, 특히나 경찰의 자의적이고 미숙한 경찰권 행사를 매우 불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는 일상의 일일지 모르나, 국민 한 사람에게는 일생의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일에 대하여 국가기관에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 밝혀 주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번 수사권 조정 법안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었으나, 경찰은 검찰, 법원에 의한 더욱 강력한 통제를 통해서 경찰의 수사가 권한이 남용되지 않고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수사권 조정이 경찰의 수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도 괜찮다는 것이 절대 아님을 경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의 인원이 많고, 조직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실력의 편차가 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국민은 경찰관 개개인의 업무처리를 하나의 경찰권 행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러한 경찰관 개개인의 업무처리 행태가 경찰의 신뢰도에 직결된다고 할 것이다.

관행적인 업무처리를 지양하고, 관련 법규 및 업무 매뉴얼 등의 철저한 숙지 및 세밀한 업무처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향후 업무처리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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