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기사를 보면 ‘돈이 많이 풀렸다’, ‘시중에 유동성이 많다’는 말이 적잖이 들려온다. 오늘은 돈이 시중에 공급되는 과정과 우리나라의 통화량 통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통화는 거래의 지급 수단이나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지폐와 동전 등의 화폐를 뜻하고, 한 나라의 경제에서 일정 시점에 유통되고 있는 통화의 양을 통화량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만이 발권력을 가지고 화폐를 발행할 수 있으며, 한국은행이 공급한 화폐를 본원통화라고 한다. 본원통화가 공급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행에서 금융기관에 대출을 해주거나,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외환을 사고 한국은행의 원화를 내어주는 등의 방식으로 현금을 공급한다. 금융기관은 이 중 일부만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대출을 해주거나 민간이 가지고 있는 유가증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공급한다. 민간에 공급된 통화 중 일부는 다시 예금의 형태로 금융기관에 돌아온다. 그러면 금융기관은 예치된 예금 중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금액을 다시 민간에 공급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본원통화보다 훨씬 큰 규모의 통화가 생겨난다.
이렇게 창출된 통화를 누군가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금융상품에 통화를 예치해놓을 것이다. 한국은행에서는 매월 통화량 통계를 발표하고 있는데, 통화가 예치돼 있는 금융상품의 유동성을 기준으로 협의통화(M1)와 광의통화(M2)를 분류하고 있다. 협의통화는 현금통화와 현금이나 다를 바 없는 금융상품인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의미하며, 광의통화는 협의통화에 더해 MMF,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증권금융 예수금, 2년 미만의 금융채 및 금전신탁 등 즉시 현금화하기 다소 어려운 상품들까지 포함한다. 대개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통화량은 광의통화를 의미한다.
2020년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광의통화는 3천190조 7천967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9.4% 증가했다. 광의통화가 2018년 중 6.7%, 2019년 중 7.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통화량의 증가세가 가팔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한국은행이 1.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3월과 5월 각각 0.75%, 0.5%로 인하했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국고채 단순매입 등 시중의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요인에 대응해 소비, 투자, 고용 등으로 통화가 흘러갈 수 있게끔 정책당국이 통화량을 늘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다고 볼 수 있겠다.
이렇듯 통화량은 우리 몸의 혈액과 같은 존재이다. 몸속의 혈액이 잘 순환돼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듯, 시중에 통화가 원활하게 돌아야 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통화량 통계를 이해하는 것은 아침마다 혈압계로 혈압을 확인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오지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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